(하)불합리한 제도개선 시급

▲ 반구대암각화가 있는 대곡천 하늘에서 내려다 본 전경. 경상일보 자료사진

사연댐 수위조절 고집에
극심한 가뭄 고려도 없어
울산 비싼 대가 홀로 치러
면제·감면등 대책 내놔야
부담금 투명성 확보 지적도

16년간 3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물이용부담금을 걷어가고도 낙동강 수질개선에 실패했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전년대비 5배 남짓 폭등한 ‘물이용부담금’을 내야 하는 울산시민의 여론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무용지물 수준인 물이용부담금제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극심한 가뭄이라는 자연재난과 ‘반구대암각화(국보 285호) 보존’이라는 불가항력적 사안에 대해서는 물이용부담금을 감면해주던지 한시적으로 면제해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의견이 비등하다.

◇청정식수는 방류, 낙동강물 사먹어

8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한 ‘사연댐 수위조절’의 여파로 연간 최대 2300만t 상당의 ‘청정(사연댐물)’ 식수를 공업용수로 내주고, 대신 수질이 낮은 낙동강물을 식수로 사용하면서 울산시민들의 물이용부담금 또한 크게 증가했다.

정부는 울산의 유일한 청정식수원인 사연댐을 2014년 8월부터 저수위 48m(만수위 60m)로 관리하면서 댐의 기능이 만수위 대비 12% 수준으로 줄였다. 댐 상류에 위치한 반구대암각화가 물에 잠겨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위조절’을 한 것이다.

수위조절에 따라 방류되는 사연댐의 청정식수는 울산미포공단과 석유화학공단에 공업용수로 사용된다. 수위조절을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총 4260만t이 공업용수로 전환됐다. 연도별로는 2014년 2300만t, 2015년 500만t, 2016년 1460t이 강제적으로 방류됐다. 원수가격으로만 약 97억원 상당이다. 시는 공업용수를 넘겨주고 모자라는 ‘식수’만큼 저질의 낙동강의 물을 비싼 돈을 주고 끌어와 정수비용까지 들여 시민들에게 공급했다. 사용량에 비례해 오르는 산정방식에 따라 물이용부담금은 시민들이 책임으로 돌아가 지난해 대비 무려 485%로 폭등했다.

◇암각화 보존·자연재난 고려해야

수위조절은 당시 암각화 보존방안으로 거론된 가변형 임시물막이(카이네틱댐) 시행을 전제로 국무조정실, 문화재청, 국토교통부, 울산시가 합의한데 따른 것이다. 카이네틱댐 방안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간에 즉시 수위조절은 폐기키로 했다. 2016년 카이네틱댐은 실패했다. 시민들의 식수대란을 우려한 울산시는 ‘사연댐의 한시적 수위조절을 중단하라’고 끊임없이 요청했지만, 정부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정부는 반구대암각화 보존이라는 명분을 들어 청정 식수를 먹을 수 있는 시민들의 권리를 빼앗고, 그에 수반되는 모든 비용을 시민들과 울산시에 전가하고 있다. 명백한 책임회피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인만큼 수위조절을 폐기하고 사연댐이 정상화될 때까지라도 물이용부담금을을 면제하거나 감면해야 한다는 게 지역사회의 중론이다.

또한 자연재해인 가뭄이라는 비상상황에서 낙동강물을 공급받는 것도 물이용부담금 조절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뭄이 심해 인근 지역에서 물을 끌어다 썼는 데도 물이용부담금을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논리다. 지난해 울산의 전체 강수량은 671.4㎜로 최근 30년간 평균치 1280㎜의 52.5%에 불과했다.

◇물이용부담금 제도 손질 요구

정부가 3조원으로도 낙동강 수질 개선에 실패하면서, 수돗물 고지서에 교묘히 숨겨진 채 16년째 시민에게 부과되는 물이용부담금 제도의 대대적인 손질이 요구된다. 중앙정부의 쌈짓돈이 되다시피 한 기금 성격의 물이용부담금을 폐지하고, 세금으로 전환해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시민들의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낙동강 하류 쪽 주민은 취수하는 원수의 수질에 따라 물이용부담금 차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비등하다. 낙동강 수질관리 강화도 요구된다. 오염물질 총량규제 항목에 COD, TOC(총유기탄소) 등 난분해성 물질에 의한 오염지표를 추가해 낙동강 수질을 좀 더 촘촘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현행은 BOD와 T-P 등만 관리대상에 포함돼 있다 보니, 수질오염총량제에 따라 사실상 BOD의 오염도만 개선되면 낙동강 상류지역에 공장 개설을 허가해 주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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