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현조 울산 북구의회 의원

공공주택단지가 조성될 내 고향 아랫율동부락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올해 겨울은 유난히도 추운 날이 많아 우리 집은 겨울 한파로 한때 수도배관이 얼어 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지난 1980년대 주택 건축공법인 구멍난 블록으로 벽체를 쌓아올려 지어진 집이라 보온단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내의 제안으로 출근시간에 물이 얼지 않을 수 있게 한 방울씩 계속 물이 떨어지게 해 그나마 한군데 수도꼭지에 물이 나올 수 있어서 씻는데 겨우 성공했다. 추운 화장실에서 따뜻한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출근 준비를 하는 아내를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최강 한파에 집안에서 패딩을 입고 추위에 동동거리며 생활하고 있지만 이런 에피소드도 나중에는 정든 이 집과 어우러진 추억의 한 켠이 되지 않을까 해서 살며시 웃음이 나기도 한다. 이 집은 부모님도 머무셨고 우리 형제들도 자랐던 곳이라 많은 추억과 사랑이 깃든 곳이다. 아랫율동이란 부락에서 3대째 살아오고 있는 필자는 우리 마을에 애착이 많다. 물 좋고 인심 좋은 동네는 밤이 많이 난다고 해서 율동이라고 불리었다. 뒷산엔 밤이 많이 나서 ‘밤남골’이라고 불리는 골짜기도 있다. 이렇게 정겨운 효문동 율동부락에도 재건축이 추진되고 새로운 아파트가 조성돼 입주를 시작하고 있다.

율동 공공주택단지로 승인 고시된 전체면적은 효문동(율동일원)과 양정동(아랫율동) 일원으로 21만8700㎡로 확정됐다. 이 곳에는 60㎡ 이하 국민임대 및 공공분양이 1249가구, 일반분양이 1148가구로 총 2397가구가 공공주택용지 9만6233㎡에 들어설 예정이다. 또 단독주택 39가구가 1만1928㎡에 들어설 계획이다. 율동 공공주택지구는 1550억원을 투입해 유동인구가 6600여명이 거주하는 대단위 주거단지로 개발될 예정이다. 도시 개발의 자체동력은 큰 틀에서 도시의 인구 수와 주택보급률 등에 의해 좌우된다고 볼 때 이는 지역의 한 주민으로서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양정동은 1980년대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고 상권이 활성화됐던 지역의 옛 면모를 되찾고자 도시재생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1970~1980년대의 염포·양정 지역은 최대의 활황기를 맞이했으나 1990년대 이후 인근지역 개발로 인해 근로자 이탈이 시작됐고, 보다 크고 쾌적한 지역을 향한 상권 이동과 내수경기 침체, 지역개발의 물리적 한계, 현대자동차 주간 2교대 시행이라는 근무형태의 변화 속에 도시쇠퇴가 가속화됐다.

양정동은 지역주민의 대부분이 자동차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고, 상가의 주 고객 또한 근로자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또 주택 노후화와 소규모 상점, 협소한 주차장 문제 등 도시기반시설과 주거환경이 점점 열악해져가고 있다.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 현대자동차와 연계한 자동차 테마거리 조성사업을 통한 상권 활성화에 힘쓰고 있으며, 협력사업인 현대자동차 노사의 사회공헌사업인 벽화골목길 조성사업과 주민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도시재생대학은 기수별로 주민을 모집해 꾸준히 운영해 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현 정부가 연간 10조원의 많은 예산을 투입해 계획하고 있는 재생뉴딜정책이 염포·양정 도시재생사업에 또 다른 형태의 재생사업으로 선정돼 지역의 활력을 도울 도시재생사업으로 거듭 이어지길 바래 본다. 양정동 공공주택단지 조성으로 많은 인구가 유입되고, 구시가지의 재생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돼 사람들이 살기 좋고 윤택한 마을로 다시 거듭나기를 소망해 본다.

백현조 울산 북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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