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옹기를 표현할 때 자주 등장하는 언어로 ‘담다’라는 말을 쓴다. ‘담다’는 내용물을 그릇에 놓을 때 사용하는 단어로, 장을 담가 보관했던 옹기의 지난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우리는 ‘말날’에 장을 담그는 풍습이 있다. 우리 선조들은 장 담그는 적절한 시기를 음력 정월부터 시작하여 음력 삼월 삼짇날까지로 잡았다. 그 중에서도 정월 말날을 주로 택했다. 더 정확하게는 재료를 마련해 놓고, 장에 물을 붓기를 바로 말날에 했던 것이다.

요즘에는 태양력을 많이 사용하여 12지 형상이 표현된 예를 찾아보기 어렵지만, 태음력에서는 말띠 간지의 날짜를 쉽게 보고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왜 하필 말날을 길일로 보고 장을 담갔을까?

말날의 말은 12간지에서 한자로 낮(午)을 말한다. 우리는 흔히 정오하면, 12시 방향의 북쪽을 생각한다. 그런데 예전에는 지금과 같은 24시 형식이 아닌 12시 형식을 따랐다.

▲ 장 담그는 날

지금은 12시 하면 정오와 자정 모두 북쪽을 가리키는 것으로 인식하지만 예전의 12시 형식에서는 남쪽은 정오를 북쪽은 자정을 가리켰다. 즉, 오(午)는 정오를 가리키는 남쪽을 뜻했다.

오(午)의 남쪽은 양기가 강한 방위로 음기와 삿된 기운이 쉽게 범접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았다. 먹거리가 부족할 때는 장에 문제라도 생기면 한 철 나기 어려웠다. 장 담그는 날, 선조들이 날짜를 신중하게 택했던 것도 장이 우리 식문화에 미친 영향이 그만큼 지대했다는 말이다. 말날은 부정한 기운을 날려 보내고, 한 해를 순조롭게 보내기 위해 복을 선사받는 날이었다.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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