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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교단일기
[교단일기]설렘과 기대로 아이를 맡기는 부모 마음을 헤아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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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13  17: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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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현 남목중 교사

교사들에게는 유난히 잔인한 3월이 왔다. 새로운 동료들, 새로운 아이들, 새로운 교과서와 함께 지난 1년 동안 이룬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려놓고, ‘바쁘고 힘든 이 시간이 언제 지나가나’를 손꼽아 기다리게 하는 3월이다. 그 3월의 첫 날이 되기 전에 매년 연례행사로 해두는 한 가지 일을 올해도 어김없이 했다. 담임을 맡을 때마다 새로 맡은 반의 명렬을 확인한 후, 모든 아이들의 부모에게 담임이 어떤 사람이며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를 소개하는 자체 제작 가정통신문을 쓰는 것이다. 완성한 가정통신문은 새 학기 첫 날 일과를 끝내면서 아이들을 통해 전달한다.

올해 나는 처음으로 1학년 담임을 맡았다. 업무분장 틀이 정해진 2월 말 무렵에는 한 번도 맡아보지 않은 1학년을 어떻게 지도하나 하는 고민으로 며칠 밤을 뒤척였다. 무슨 묘안이라도 있을까 싶어 평소 친분이 있는 선배 교사들께 이런 저런 조언을 구하고 나서 평소 생각하는 바를 가감 없이 풀어낸 가정통신문을 완성했다. 29장의 가정통신문을 곱게 접어 봉투에 넣고 나니 우리 학교 입학식과 같은 날 새로운 어린이집에 입학하게 된 딸의 학부모로서 나 또한 우리 반 학부모들과 같은 입장이라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나=학부모.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한지 꽤 오래되었지만 아직까지도 낯설고 적응이 되지 않는 공식이다. 한편으로는 내가 교사로서 더 넓고 깊은 생각을 가지도록 도와준 공식이다. 나는 출산 전, 아니 결혼을 하기 전까지도 반복적으로 생활지도 상의 문제를 저지르는 아이들에게 ‘더 이상은 이해해줄 수 없다’며 냉정한 태도로 일관해 왔다. 가끔은 아이들로부터 비난 섞인 원망을 들었다. 어떤 때는 내 진심을 곡해하는 학부모를 만나기도 했다. 학교 근무를 시작하면서부터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처한 상황을 포용해주는 훌륭한 동료 교사도 분명 있기에 나의 사례만 가지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딸을 낳고 키우면서야 육아는 절대 육아책에 나와 있는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게 오롯이 나를 맞춰주어야만 서로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시간을 되돌린다면 그때 그 아이들을 따뜻하게 감싸주었을 텐데 하는 뒤늦은 후회가 일기도 했다.

교사들에게 3월은 ‘새해의 시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야의 종소리 혹은 떡국 한 그릇과 함께 새해를 시작하지만 대부분 교사들에게는 3월은 올해, 2월은 작년이다. 신학기는 바쁘고, 4월 이후에 비해 처리해야 할 업무량 또한 과중하기에 교사들이 학부모의 다양한 설렘과 기대를 만족할 만큼 채워주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자기 몫을 해내는 성숙한 인격체로 자라나게 하는 것이 교사-학부모 모두의 공통된 바람임은 틀림없다. 아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만큼 아이를 맡은 교사를 신뢰해준다면 그 교사는 학부모가 거는 기대 이상으로 아이들을 잘 이끌어갈 것이다. 칭찬과 격려가 고래만 춤추게 하는 것은 아니므로. 아울러 나처럼 학부모의 마음을 한참 뒤에야 헤아리기 시작하는 늦깎이 담임도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이정현 남목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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