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시대 은둔 선택한 ‘자연인’들
고된 삶의 탈출구가 사회와 단절 아냐
이웃과 함께 행복 누릴 사회기반 필요

▲ 최연충 울산도시공사 사장

TV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가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세속을 떠나 자연의 품에 안겨서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준다. 주인공들은 대부분 깊은 산속을 삶터로 삼고 있다. 온 나라 곳곳에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자연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그들이 도시를 떠난 사연은 제각각이다. 건강을 되찾기 위해, 사업에 실패하여,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사람들과 부대끼는게 싫어서…등등. 어쨌거나 그들은 사회와 단절하고 홀로 살면서부터 여유와 행복을 찾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들의 삶이 아름답게 비쳐지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마음 한켠으로 그런 삶을 동경하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듯하다. 가히 자연인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인간은 원래 모듬살이에 익숙한 존재이다. 다른 짐승에 비해 완력도 약하고 민첩하지도 않았기에 아득한 옛날부터 생존을 위해 무리를 지어 살아왔다. 신석기시대 유적인 반구대 암각화에도 여럿이 힘을 합쳐 고래를 사냥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지 않은가. 문명이 발달하면서 모듬살이의 규모도 커지고 양태도 복잡해졌다. 촌락공동체와 농경사회를 거쳐 오늘날엔 도시화의 도도한 흐름을 마주하고 있다. 현대 문명사회는 도시와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가 없다. 그 도시생활의 요체는 무엇인가.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끈, 곧 소통이다.

도시라는 거대한 유기체가 제대로 기능하고 지속되려면 다양한 제도와 시스템이 구비되어야 한다. 그 제도와 시스템은 소통과 협력을 통해 계속 발전되어 나간다. 공동체 구성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을 찾기 위해 생각을 모으고 지혜를 짜내는 가운데 사회는 진화해나가는 것이다.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도시는 또 다른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기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정보와 기술과 아이디어가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 소통의 양태 자체도 달라져 이른바 협업의 시대, 융합의 시대, 통섭의 시대를 맞고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날이 갈수록 더욱 다양하고 깊이있는 소통이 요구되는 이 시대에 어찌하여 스스로 사회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은둔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가. 어쩌면 복잡다양한 소통방식에 적응하기가 어려워서, 또는 그런 소통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면 산을 찾아 들어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그렇다고 그게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은 21세기 사회에서 요구되는 가장 긴요한 덕목으로 사회적 공감능력을 꼽았다. 결국 고독한 삶이 아니라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가운데 더 큰 만족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옳은 길이다. 물론 때로는 고독이 지친 심신을 치유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고독은 또한 현대 문명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숙제이기도 하다.

최근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외로움 문제를 담당할 특임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직을 신설했다는 흥미있는 뉴스가 있었다. 국가 차원에서 외로움 해소전략을 마련하고, 소통 증진에 기여하는 사회단체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긴다는 것이다. 사회적 단절로 인해 국민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정책의지로 읽혀진다.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분명한 것은 도시인이 이웃과 따뜻하게 어울리면서 위안을 찾고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시를 다듬고 가꾸는 일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새삼 마음을 가다듬게 된다.

최연충 울산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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