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제조업 노쇠화와 산업현장 고령화
지역경제 성장잠재력을 위협하는 요인
울산현안에 혁신전략 제시할 리더 절실

▲ 김창식기자 경제부장

‘산업수도’를 자처하는 울산경제가 벌써 수년째 방향타를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자동차, 조선 등 지역 주력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며 저성장의 늪에 깊숙이 빠지고 말았다. 한국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가운데서도 울산은 생산, 수출, 소비, 투자, 고용 등 경제지표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 증가로 고용지표는 호전되고 있지만 정작 양질의 일자리인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달 말까지 22개월 연속 감소했다. 일자리가 줄어들자 탈울산 행렬은 벌써 26개월 지속되고 있다. 이 기간 ‘엑소더스 울산’을 감행한 인구는 2만명을 웃돈다. 자연적 인구증가가 사실상 멈춘 상태에서 울산은 어느 지역보다 인구 유출의 변화가 심한 곳이 됐다.

지역 주요 기업들은 더이상 울산에 공장을 짓지 않고 ‘국내로’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현대차, SK, 롯데, 효성 등 굵직한 대기업들은 최근 해외에 현지공장을 건립하거나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기업들이 울산 투자를 외면한다면 울산의 산업기반은 약화되고, 미래 성장잠재력은 떨어지게 될게 틀림없다.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고용시장에도 격변을 일으키고 있다. 여성과 노인 취업자가 많아지고 자영업을 포함한 서비스업 취업자만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지역 60대 이상 남자 노인 취업자 수는 20대 청년 취업자를 추월했다. 사라진 제조업 일자리의 빈자리는 여성과 노인층이 채우는 모양새다.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소득감소’­‘소비감소’­‘내수침체’­‘산업침체’의 악순환 구조로 부메랑되고 있다.

울산은 산업도, 산업현장의 일꾼도 늙어가고 있다. 50년 고도성장의 정점기를 지나고 있는 자동차·조선 업체의 근로자 평균 연령은 어느덧 50세에 이르렀다. 울산에 부자도시의 영광을 가져다준 주력제조업의 노쇠화와 기술·기능인력의 노령화는 이제 주력산업의 생산성 하락, 지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떨어트리는 위협 요인으로 변했다.

제조업 편중의 울산 산업구조도 울산의 위기를 재촉하고 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중후장대형 장치산업 생산 품목은 울산의 3대 수출품목이고, 이들 품목이 울산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65% 정도로 비중이 매우 높다. 글로벌 무역전쟁의 전운은 대외충격에 취약한 울산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되고 있다.

‘산업수도’ ‘부자도시’라 불리던 울산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추락했을까.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부응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지 못한게 ‘울산의 몰락’을 가져온 가장 큰 요인이 아날까 생각한다. 울산은 광역시 승격이후 20년간 신 성장동력으로 주창해온 ‘메카’ 전략 가운데 어느것 하나 먹거리화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울산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희망의 꿈을 키우게 했던 ‘동북아 오일허브’를 비롯해 ‘그린카 메카’ ‘수소산업 메카’ ‘전지산업 메카’, ‘원전산업 메카’ ‘3D프린팅산업 메카’ ‘해양관광·산악관광 메카’ 등등… 소리만 요란했지, 실속은 없었다. 울산이 실기하는 사이에 경기, 충남, 등 경쟁지자체들은 ICT(정보통신기술), 바이오 등 신 산업을 앞세워 성장의 페달을 밟으며 울산을 추월, 격차를 벌리고 있다.

지금 울산에게 필요한 것은 좌절과 패배의식이 아니라 재기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 진취적이고 혁신적인 전략, 그리고 강인한 리더십일 것이다. 울산경제를 ‘리셋(Reset)’ ‘리빌딩(Rebuilding)’할 대변혁의 첫 시발점은 바로 리더십이 될수 있다. 다가온 6·13 지방선거에서 울산이 직면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참일꾼을 뽑아야 한다. 당과 색깔이 아니라 지역민들의 지역공동체 생활을 조금이라도 윤택하게 하고, 지역 현안을 풀어낼 수 있는 유능한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필요한 울산이다.

김창식기자 경제부장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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