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한 시민장애인주간보호센터장

2009년 서울 디자인올림픽에서 ‘세상을 구하는 착한 디자인’을 선정했다. 물 부족 국가에서 물을 쉽고 즐겁게 길어 나르는 장난감, 집 없는 사람을 위한 접이식 휴대용 텐트, 오염된 물을 깨끗하게 바꾸어 주는 빨대, 박테리아 발생 문제를 해결한 천연 가습기가 선정됐다.

착한 디자인은 사회적 약자를 돕기도 하지만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기도 하다. 사회적 약자를 비롯하여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설계된 것을 유니버설디자인이라고 한다. 엘리베이터, 턱 없애기, 자동문이 대표적인 생활의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은 전자제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안내, 청각장애인을 위한 진동 알림, 지체장애인을 위해 머리의 방향과 표정으로 화면을 제어하는 시스템, 인지장애인을 위한 간편한 입력 등이다. 제품을 만든 업체는 모든 사용자가 신체적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제품의 기능을 사용하도록 차별 없는 디자인을 추구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기술은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표현한다.

시민장애인주간보호센터장 이용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기술은 ‘자동완성’기능이다. 모바일이나 인터넷에서 첫 글자를 입력하면 유사한 단어들이 예시로 나오거나 입력된다. 발달장애로 단어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거나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점심을 먹고 나면 컴퓨터에 몇몇이 붙어서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찾는다. 가수의 이름을 입력하기 어려워서 ‘모모’를 검색창에 치면 ‘모모랜드’를 선택할 수 있다. 자동완성 기능을 이용하면 굳이 정확한 철자를 몰라도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약자를 위한 디자인의 예를 하나 더 들어보겠다. 작년 우리나라 대통령선거 토론 방송은 토론자 5명, 사회자 1명으로 6명이 출연했다. 미국 대통령선거 토론 방송은 토론자 2명, 사회자 1명으로 3명이 출연했다. 수화통역사의 배치는 어떻게 되었을까?

허핑턴포스터코리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명, 미국은 3명의 수화통역사가 배치되었다고 한다. 토론자가 동시에 말하거나 바쁘게 토론이 이어질 때 통역사가 1명이면 모든 말을 통역하기 어려워서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지 못한다. 수화통역사를 1대 1로 배치한 방송사는 미국의 D-PAN TV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송사이다. D-PAN TV는 수화통역이 없는 본래 토론회 영상에 수화통역을 추가하여 페이스북으로 중계했다.

6월이면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이다. 선거는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모든 국민은 정확한 선거를 위해 필요한 정보를 얻어야 한다. SNS가 아닌 정규방송에서 모든 국민이 선거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을 고민한다면 더욱 의미 있는 도전이 될 것이다.

김중한 시민장애인주간보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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