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합창지휘박사

‘댄싱 베토벤’ 감동있게 본 영화다. 인물의 이름을 제목으로 붙인 작품은 일대기를 그리는 것이 상식이고 대부분 그렇다. ‘댄싱 베토벤’을 보기 전에는 그렇게 상상하며 베토벤의 작품 중 춤곡이 뭐가 있는지 찾아봤다. 요한스트라우스는 왈츠를 많이 작곡하여 오스트리아 비엔나 심포니는 매년 왈츠를 연주하며 발레단과 함께한다. 그래서 내가 알던 베토벤 작품 중에는 춤곡이 없었으니 새로이 발굴된 곡일까라는 기대감도 가졌다.

베토벤은 어려서부터 모차르트 같은 신동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베토벤은 신동이기보다는 꾸준히 노력하여 결과를 얻어내는 노력형 음악가였다. 그는 정규학교는 초등학교 중퇴이지만 피아노를 꾸준히 배우고 연습하여 즉흥연주도 할 수 있는 탄탄한 실력을 갖춰나갔다. 17세 때 오스트리아에 거주하던 모차르트를 방문하여 피아노 즉흥연주를 하며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모짜르트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베토벤은 당대 파파하이든으로 불리며 존경과 능력을 인정받던 하이든 문하에 들어갔다. 유명세로 너무 바쁜 하이든은 많이 만나질 못하고 그의 제자들로부터 작곡을 공부했다. 베토벤은 작곡 보다는 피아노 연습에 몰두하여 피아니스트로 빈 음악계에 데뷔했고, 피아노 독주곡과 협주곡을 쓰며 세계적인 작곡가 반열에 섰다. 베토벤 곡의 여러 장르는 당대 최고작곡가인 하이든의 뒤를 이어가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작품이 된 교향곡 9번(합창 교향곡)은 그가 귓병으로 인해 거의 듣지 못할 때 작곡하였으나 지금까지도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로 일컬어지고 있는 곡이다.

‘댄싱 베토벤’은 바로 9번 교향곡을 안무하여 스위스 베자르 발레 로잔과 도쿄 발레단이 함께한 영화였다. 주빈메타가 지휘하는 이스라엘 필 하모니가 연주하고 독창자와 합창단 등 각각 장르가 다른 350여명의 예술가들이 함께 작업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실러의 시에서 따온 ‘인류는 한 형제’라는 것이다. 이제 귓병으로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신이 내린 천재 베토벤의 작곡능력을 통하여 교향곡으로 태어난 작품을 베자르라는 안무가가 350여명의 예술가들을 한 무대에 세우며 ‘인류는 한 형제’라는 사실을 감동적으로 그려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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