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정봉 대한건설협회 울산광역시회 기획관리실장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필수적인 것으로 ‘의(衣)·식(食)·주(住)’를 일컫는다. 세가지 가운데 ‘의’와 ‘식’은 이동성이 있고 쉽게 변동성에 적응할 수 있는 필수요건이라 볼 수 있지만 ‘주’의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상당한 투자와 열성이 있어야 갖춰지며, 또한 이동성도 거의 부족하다. 아마도 삶의 행복도가 오히려 과거보다 낮은 지금의 각박한 현실에서는 주(住), 즉 주거문제, 집이 가지는 무게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몇 년전까지 가장 인기를 끌었던 PC게임 중 스타크래프트란 게임이 있다. 이 게임에는 제일 중요한 스타트 기지, ‘본진(本陣)’이라 불리는 주 홈이 있다. 멀리 세컨드 진지나 통칭 ‘앞마당’을 건설할 수도 있지만 이 본진이 전투에서 파괴되면 게임에서 거의 패배하게 된다. 즉 우리 실생활에 비춰보면 본진은 현대인들에게는 주 생활공간, 도시, 동네 등 거주지와 같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 주(主) 거주지는 평생을 살고 자녀들을 교육시키며 살아가는 중요한 생활공간이므로 ‘집’이라는 건축물보다 주거영역, 즉 환경, 문화여건 등이 더 소중한 성격을 갖는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 ‘울산’은 울산시민들에게 ‘주 거주지’로서 얼마나 애정이 가고 편안하고 안락한 곳인지 알 필요하지 않을까

최근 울산의 인구가 감소추세에 있다. 울산의 인구는 2년 연속 감소해 지난해 1만2000명 순유출됐다. 물론 이러한 현상의 주요원인은 현대중공업 등 지역 주요산업의 부진으로 인한 고용감소 등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1차적 원인 못지않게 울산의 정주(定住)문화 환경도 굉장히 중요한 변수라 할 수 있다. 세간에는 울산으로 이주해왔던 사람들이 일정기간도 지나지 않아 다시 탈(脫)울산 한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인구라는 요소가 가지는 경제적 의미는 언급하지 않아도 매우 큰 비중을 가진다. 경제이론을 공부하다보면 인구가 생산, 소비 등의 생산요소 못지않게 중요한 변수라는 것을 쉽게 인지하게 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산업생산 인력, 유통, 소비촉진, 새로운 도심 창출 등 산업생산이나 지역발전에 있어 첫째가는 요소인 것이다.

울산 인구 감소에 대한 주거편리 등 문화적 요인을 재언급해보면, 사실 울산에는 신뢰가는 큰 국립병원, 국립대학교, 병무청 등 신기반시설도 갖춰지지 않고 있으며, 타지역의 경우 도시마다 조성된 ‘외곽순환고속도로’나 지하철 등도 없는 상태다. 특히 서민의 입장에서 ‘울산의 대중교통 수준’은 아주 열악하다.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은 노선과 이용도가 불편함을 쏟아내는 ‘버스’가 유일하다.

울산에서는 저녁 회식을 하고서 음주를 할 경우 귀가시 거의 대부분 ‘대리운전’을 해야만 하며,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 출퇴근이 매우 불편한 현상을 직시하게된다. 울산에서 생산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가용이 아닌, 버스를 주교통수단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었으면 지금처럼 대중교통 낙후를 방치하였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울산은 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지하철이나 경전철이 없는 도시이며, 이러한 점이 문화적·거주환경 후퇴요인 중 하나인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울산의 경전철 얘기가 나온지 10년도 훨씬 지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지금까지 단 1보도 전진이 안된 현실인 것을 지켜보는 울산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까울 뿐이다.

울산 대중교통의 획기적 개선이 울산 정주문화 향상의 최대 과제라할 수 있을 것이며, 지금이라도 울산 ‘대중교통’에 대한 고민과 대변화를 통해 울산인구의 유출을 막는 현명한 처방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우리 기성세대의 의무라고 강조하고 싶다.

150만 광역시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울산이 광역시로서의 제모습을 갖추는 가장 빠른 지름길 중의 하나가 ‘문화여건시설 확충과 대중교통의 획기적 개선’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싶다. 유난히 추운 이번 겨울, 울산은 시민에게 얼마나 따뜻한 주거공간을 만들어 주고 있는지 한번더 생각하는 시점이다.

정정봉 대한건설협회 울산광역시회 기획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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