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적극적 중재로 양측 임대차 계약 완료
주민, 이주준비 시간 확보…지주, 임대수익
추후 민간개발시 충돌 방지 근거도 마련

▲ 지난해 7월28일 울산시 동구 서부동 새납마을에서 열린 울산지방법원 찾아가는 법정.
경상일보 자료사진

수십년 전 형성된 마을의 토지사용 승낙을 놓고 벌어진 지주와 주민 간의 분쟁이 울산법원의 적극적인 중재로 원만하게 마무리됐다.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지키면서 이주를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게 됐고, 지주들은 임대 수익을 얻는 한편 향후 민간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충돌도 피하게 됐다.

울산지법은 14일 새납마을 지주 4명이 마을 주민 31명을 대상으로 제기한 ‘토지 소유권에 기한 방해 배제청구’ 소송에 대해 화해권고 결정을 선고했다.

울산 동구 서부동에 위치한 새납마을은 울산의 대표적인 산동네로, 1960년대 현대중공업 건설 때부터 형성된 마을이다.

새납마을 가장 위쪽에 위치한 2필지의 소유자들은 지난 2015년 11월 30여 가구의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들의 토지 위에 무단으로 지어진 건물을 철거하고 그동안의 토지 사용료를 내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새납마을 3·4반 주민들은 “마을 형성 당시 원소유자의 동의 내지 사용 승낙을 받고 판자촌 등의 가옥을 지어 거주했다”라며 권리남용과 시효 소멸 등을 주장했다.

▲ 동구 서부동 새납마을 3^4반 주민들이 법원의 화해권고 결정을 환영하며 건 현수막.

이와 관련 주민들은 새납마을에 주거환경개선 진정이 있었다는 내용이 실린 기사(본보 1996년 4월27자 14면)를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마을 형성 당시 원소유자의 동의 내지 사용승낙을 받고 가옥을 지어 거주하였는지’와 ‘승낙을 받았을 경우 그 사용수익에 충분한 기간의 도과 여부’, 그리고 ‘마을 형성 이후 토지 소유권을 취득한 원고들이 이를 수인하였는지’ 등이었다.

양측의 이견으로 사건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울산지법은 지법 최초로 ‘찾아가는 법정’(본보 2017년 7월31일 3면)을 열고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서영효 부장판사는 원소유자의 사용 승낙이 있었다는 주민들의 증언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초기 이주자인 김모씨의 진술을 반드시 들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건강 상의 문제로 김씨의 법정 출석이 어렵자 그를 만나기 위해 찾아가는 법정을 열었다.

재판부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코에 산소튜브를 꽂은 채 증언에 나선 김씨로부터 “이주 후 1~2년 뒤 벌초를 위해 마을을 찾은 지주를 만나 사용승낙을 얻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들었고, 또 김씨의 집 뒤로 난 오솔길을 따라 당시 지주가 찾았다는 묘소를 방문해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찾아가는 법정 이후 추가 심리를 진행했고, 조정에서 양측의 의견을 들은 뒤 지난달 24일 화해권고 결정을 확정했다. 31명의 주민 가운데 26명은 화해권고 결정을 받아들였고, 나머지 주민들은 송달이 원활하지 않아 재판부는 이날 확정 선고로 사건을 종결했다.

확정 선고에 따라 양측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주민 1인당 월 최고 8만7000원을 임대료로 지급하게 됐다. 국가 및 지자체 등의 공원개발 진행이 확정되면 계약은 해지되지만 지주들은 주민들이 보상금 및 이주비용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기로 했다.

특히 2020년까지 지주들은 민간개발 추진을 보류해 주민들의 주거를 보장하고, 2021년 이후 지주들이 개발을 진행하면 주민들은 1년 내에 퇴거하도록 약속했다.

법원의 적극적인 화해 조정으로 주장 입증이 어려워 수십년 거주한 삶의 터전을 잃을 뻔했던 주민들은 주거 안정성을 확보하게 됐고, 이주를 준비할 시간도 벌었다.

지주들 역시 임대기간 동안 재산상의 이익을 확보했고, 특히 민간개발 시 철거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충돌도 피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주민들은 마을에 감사의 현수막을 걸고 찾아가는 법정을 연 재판부의 수고와 결정을 환영했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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