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K이노베이션 노사가 ‘물가 연동 노사협상’을 하겠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지난 한해에 그치지 않겠느냐며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올해 그 약속을 다시 지켜내고 15일 2018년 임협조인식을 갖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 노사협상의 관습을 바꾸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리나라 대기업 노사의 임단협은 반년 혹은 1년 남짓, 때론 해를 넘기기도 한다. 실속 없는 명분 싸움이나 정치적 이슈까지 덧붙여 터무니 없는 요구로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기가 다반사다. 그런데 올해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지난 2월23일 첫 상견례를 가진 이후 일주일만인 3월2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해내고 12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찬반투표 결과는 지난해 73.57% 보다 16.77%P나 높은 90.34%의 압도적 지지로 나타났다. 분명 임금인상률이 높지 않음에도 올해도 지난해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고 오히려 더 높은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만 해도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없지 않았으나 한해를 보내고 보니 오히려 합리적 기준에 따른 예측가능한 임금협상이 실질적으로 더 이익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날 조인식에서 이정묵 노조위원장은 “갈등과 투쟁 일변도의 노사문화가 이제는 사회와의 상생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는데 조합원들이 뜻을 함께 했다”고 말했다. 임금협상 과정에서 파업 등의 노사대립으로 인한 생산성 하락 등이 회사는 물론 조합원들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해 충분히 경험한 것이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노조 스스로가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노사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높아져” 더 높은 찬성률이 나왔다고 분석한 대목이다. 높은 임금의 대기업 노조가 자신들의 임금보다 상생기부금에 의미를 둠으로써 자존감을 높인 것으로도 해석된다. 조합원들의 자존감은 곧 품질 향상과 건강한 기업문화로 이어질 것이 틀림없다. 우리 사회 노사문화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