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스피릿 오롯이 들어간 힐링코스

▲ 개장식에서 마을 전통무용단이 한국에서 온 올레꾼들을 위해 한글로 쓴 인삿말을 들고 환영인사를 하고있다.

일본의 규슈관광추진기구가 제주 올레길을 수입한 뒤 스물한 번째 올레길인 ‘지쿠호(筑豊)·가와라(香春) 코스’ 개장식이 11일 후쿠오카현 사이도쇼 역 광장에서 열렸다.

 한국과 일본의 올레길 동호인과 지역 단체장과 선출직의원, 마을 주민,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등 관광업계 관계자 등 600여 명이 참석했다.

스물한 번째 규슈 올레길 코스가 있는 가와라정(香春町)은 후쿠오카현의 북동부에 있는 작은 도시로 3면이 산으로 둘러싸였고 면적은 44.56㎢이고 인구는 1만여 명의 작은 도시이다.

가와라(香春)는 채굴 동굴이 있는 광공업 도시로 고대부터 근대까지 가와라는 사이도쇼(採銅所)라는 이름 그대로 동(銅)을 채(採)굴하는 곳(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와라다케(香春岳)라 불리는 석회 암산의 석회를 컨베이어로 바로 공장까지 이송시켜 원료로 하는 대형 시멘트 공장으로 더 유명하다.

▲ 21번째 규슈올레 개장 행사장인 사이도쇼역.

1915년 당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사이도쇼(採銅所)역 광장 앞에서 열린 이날 개장식에는 기모노를 입은 80대 할머니에서부터 10살 어린아이까지 구성된 마을 전통무용단이 추는 춤으로 시작됐다.무용단은 바다를 건너온 한국 올레꾼들을 위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한국 노랫말로 된 올레길 노래에 맞춘 춤과 한글 환영 인사로 춤을 마쳤다.

행사장 옆 광장에는 가와라 주민들과 실버자원봉사들이 기념품과 로컬푸드로 만든 전통 먹거리를 판매하는 작은 프리마켓을 열어 개장 축하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 개장식에 참석한 내 외빈들이 개장기념 데이프 풀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즈쯔이 스미오(筒井 澄雄) 가와라 정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쿠호·가와라 코스는 사이도쇼역에서 출발해 가와라역에서 끝나는 총연장 11.8㎞의 코스로 에도와 막부 시대의 역사가 살아 숨 쉬어 역사와 문화를 즐길 수 있다"라며 "이번 코스의 개장이 지역 발전의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개장식에서 가와라정과 신라인의 교류, 올레길을 통한 미래의 발전적인 한일관계 등를 기원하는 축사를 하고 있다.임규동기자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올레의 핵심은 단순히 자연만이 아니라 마을을 지나고, 역사가 있는 공간을 지나고, 사람을 만난다는 데 있다"며 "이번 지쿠호 가와라 코스는 양국의 역사를 볼 때 올레 가운데 가장 의미 있는 코스가 될 것이며 4∼5세기 신라인이 구리 제련 기술을 이곳 가와라에 전해준 것처럼 두 나라는 많은 것을 서로 주고받고, 배우며 지내왔다. 정부 간 가끔은 긴장 관계도 있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민간 교류의 역사는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개장식에 참석한 내외빈들의 개장 기념 데이프 풀기로 행사를 마친 뒤 한국에서 온 단체 올레꾼과 일본인 참가자들은 하나가 되어 행사장인 사이도쇼역을 출발했다.

▲ 줄발지인 사이도쇼역광장을 나와 마을길을 걷고 있는 올레꾼들. 왼쪽 끝에 보이는 '야야마노 오카'라고 부르는 산을 넘어야 한다.
▲ 올레리번이 달린 산길을 올레꾼들이 오르고 있다.
▲ 왕대 숲을 올레꾼들이 오르고 있다.
▲ 머리까지 맑아지는 왕대들이 빽빽한 대숲 코스를 올레꾼들이 오르고 있다.

철길과 산자락의 마을을 지나 해발 304m의 야야마(失山) 산으로 향했다. 마을을 벗어나 야야마 초입으로 들어서자 지름이 40~50㎝가 넘는 왕대숲으로 들어섰다. 이름하여 대나무로 화살을 만들었다는 야(失)를 실감할 정도의 대나무로 숲이었고 피톤치트가 소나무보다 더 많이 나온다는 대숲에서의 등산은 머리마저 맑게 하는 듯했다.

▲ 삼나무숲을 오르고 있는 올레꾼들.
▲ 올레리번이 달린 야야마산을 오르고 있는 올레꾼 행렬.

대나무들 사이로 제법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자 마치 화면이 디졸버 되듯 대숲에서 아름드리 삼나무 숲으로 변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삼나무는 숲이 주는 힐링도 좋지만 산업목재로 가치가 놓을 것 같아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비 온 뒤 마르지 않은 땅으로 약간 미끄럽지만 새길을 내면서 하나하나 계단을 내고 정성스럽게 만든 길을 보며 오른 산꼭대기에는 ‘행운의 종’이라는 이름의 종이 걸려있다.

▲ 야야마산 정상에 오른 올레꾼들이 '행운의 종’을 치며 즐거워 하고 있다. 종을 칠수있는 끈이 짧아서 키가 작은 사람은 종을 치기 힘들게 만든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설정인 듯해보인다.

올레꾼들은 저마다 소원과 행운을 빌며 종을 치고 한숨 돌리는 시간을 갖는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아래의 마을들이 내려다 보인다. 종을 치는 끈이 짧아 키기 작은 사람들은 치기가 불편했지만 그 또한 웃음을 주는 재미로 보기에 충분했다.

▲ 올레꾼들이 야야마산을 내려와 벌판에 생긴 번개시장에서 도시락과 음료수 꼬치구이를 구입해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 푸드트럭의 꼬치구이는 일품이다.

야야마 산 정상에서 는 내리막이다. 산을 거의 내려오면 석불들과 함께 금과 구리를 채굴했던 작은 동굴도 볼 수 있다.야야마산을 내려오자마자 마주한 작은 마을의 논길 위에 작은 번개시장이 생겼다. 도시락과 로컬푸드, 푸드트럭의 꼬치를 구입해서 먹으며 산을 오르고 내린 피로를 푸는 달콤한 휴식을 갖는다.

▲ 코스 곳곳에서 마을 주민들이 나와 올레꾼들에게 음료를 제공 하고있다.
자원봉사를 나온 할머니들이 직접 접은 평화를 상징하는 종이학을 들고 한국에서 온 올레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가미마보(神間步)공원을 지나면 히타히코산선 철길을 건너게 된다. 마을 어귀마다 나이 드신 어른들이 나와 테이블에 테이블에 물과 캔커피, 사탕들을 올레꾼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정을 느끼게 한다. 한글로 쓴 인사말을 메모해와 서툰 한국말 인사를 건넨다.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들판과 들판 사이에 있는 마을과 마을을 통과하는 코스는 일면 단조롭기는 하나 일본 특유의 전통주택과 정갈한 정원을 감상하는 재미가 솔솔 하다. 다레우매로 불리는 축축 늘어진 능수매화, 분재 수준의 운치 있는 정원수들은 조경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 전통 일본식 집 안의 정원과 능수매화를 비롯한 분재급 정원수를 보는 재미도 솔솔 하다.

가와라(香春)를 관통해 흐르는 기베(金辺)강을 건너 마을들을 통과한 뒤 오르는 작은 언덕에는 모토코간지(元光願寺)라는 절이 나온다 절이라기보다는 폐가에 가깝다. 다소 을씨년 스런 분위기다. 절 입구 오르막에는 입이 떡 벌어질 만큼 거대한 녹나무가 서 있다. 수령이 850년이 훨씬 넘을 거라고 한다. 절을 지나 산자락을 10여분 걸으면 가와라 신사가 나온다.

▲ 모토코간지(元光願寺)라는 절 입구에 서있는 수령 850년이 훨씬 넘는 거대 녹나무
거대한 녹나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모토코간지(元光願寺)절에 동네 주민들이 음료수와 과자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8세기께 건립한 가와라(香春) 신사는 도래인으로 신라에서 건너와 동 제련 기술을 전파했다고 전해지는 가라쿠니 이키나가 오히메 오메(辛国息長大姫大目) 신을 모신 신사라고 한다. 출발지인 한일 간 천년 교류의 상징인 신사이다. 신사안에는 가와 라산 정상에서 석회암을 채취하기 위한 발파로 떨어진 거대한 바위가 있다.이름하여 산왕석. 바위 옆구리에 발파 구멍이 나있다.

▲ 산정상에서 굴러내려 온 바위. 마을까지 굴러 내려가 피해를 입히지않고 신사 마당에 멈춰섰다고 '산왕석'이라는 이름을 받고 신 모시듯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신라시대의 한일간 동제련의 역사를 안고 있는 가와라 신사.

 

가와라 신사에서 내려오는 길에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생강차를 끓여서 만든 음료를 올레꾼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피로해소 생강차 어서드세요’ 삐뚤빼뚤 쓴 한글이 정겹다. 80대의 할머니가 직접 썼다고 한다.

▲ 한국에서 온 올레꾼들을 위해 '피로해소 생강차 어서드세요'란 한글을 적은 종이를 들고 있는 할아버지.
▲ 실버봉사단이 피로해소에 좋다며 생강차와 전통과자를 올레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생강차를 마시고 다시 기베(金辺)강을 거슬러 올라와 육교를 건너 20여분 걸어가면 종착점인 가와라(香春)기차 역이나온다.

▲ 종착지인 가와라역 광장에는 올레길 완주 인증사진용 간세가 세워져 있다.

종착지에는 인증사진용 간세가 세워져 있다. 올레꾼들이 완주기념으로 간세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다. 

▲ 코스 종착지인 가와라역 광장에 로컬푸드와 기념품 등을 파는 프리마켓을 만들어 올레꾼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다.

종착지인 가와라역 광장에는  사이도쇼(採銅所) 역 광장에서 열린 개장식때 보았던 치쿠호 가와라 코스 마스코트와 행사를 진행하던 기모노를 입은 눈에 익은 사람들이 나와 있다. 출발지에서 이동한 프리마켓과 기념품, 로컬푸드를 파는 장도 서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 봉사단원들이 직접 만든 돈지루탕을 올레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소박한 동네 잔치분위기의 정을 느끼게 해주는 주최측의 정성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21번째 코스인 ‘지쿠호(筑豊)·가와라(香春) 코스’는 산을 넘고 물을 건너고 마을을 지나고 들판을 가로지르는 4~5시간여 거리의 코스로 그야말로 '올레 스피릿'이 오롯이 담긴 코스라는 평가를 내릴 만하다. 임규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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