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차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울산 울주군 범서읍 굴화리 태화강변에 1879가구 규모의 공공주택사업 건립을 추진한다는 기사가 나간 이후 독자들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았다. 개발에 따른 반사이익을 생각하는 인근 주민은 물론, 수용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는 지주들과 교통난 심화를 걱정하는 이들까지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사업 예정지가 하필 왜 태화강이냐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한 정치인은 “LH가 공익적 목적에서 공공주택을 건립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공기업으로서 사업성이나 경제성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태화강 수변공간의 중요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LH가 태화강변을 선택한 이유는 한마디로 ‘돈이 되는’ 부지이기 때문이다. 예정 부지는 그린벨트 지역이라 땅값이 싸고, 인근에 각종 기반시설이 갖춰져 분양에 유리한 금싸라기 땅이라 사업성이 뛰어나다. 반면 울산시민의 입장에서 해당 부지는 상습적인 교통난이 발생하고, 무엇보다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 중류에 위치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징적인 공간이어서 개발에 대한 우려가 큰 곳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공공주택사업에 대한 울산시의 입장은 어땠을까?

고시 공고 당시 시는 부지 선정 과정에서 LH와 사전 논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LH는 지자체가 반대했다면 부지를 선정하지 않았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한 도시개발 전문가는 “LH가 시와 전혀 교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선정 전 시의 의견을 구했지만 GB 관련 사업은 지자체의 역할이 제한돼 있어 지자체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시가 부지 선정의 결과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시는 진행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지지한 만큼, 부지 선정 과정에서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시의 해명은 면죄부가 될 수 없을 듯하다.

취재 과정에서 시 담당자는 지자체 관계자인지 LH 관계자인지 헷갈릴 정도로 사업의 당위성과 부지 선정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반면 수변공간의 공익적 역할에 대한 고려는 크게 없는 것으로 비쳤다. 오히려 수변공간은 반드시 보존해야 하는지, 무조건 공공을 위한 목적으로 조성해야 하는지, 장기적으로 울산의 모든 수변공간은 개발하지 않아야 하는지 반문하기도 했다.

시의 입장도 일견 이해는 간다. 공공주택 건립으로 주거 약자들도 저렴한 가격에 태화강의 조망을 즐길 수 있다는 의견은 일부 공감이 간다. 특히 LH가 적자를 감수하며 효문공단 잔여지 개발을 막 재개하는 상황에서 2000가구 미만 규모의 사업에 제동을 걸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도시 개발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존재한다. 대규모 단지 조성을 통해 도심 외곽을 부도심화시켜야 한다는 의견, 구도심을 활성화시켜 도시를 재생해야 한다는 의견 등 정답은 없다.

그렇더라도 수변공간에 대한 개발은 신중해야 한다. 태화강을 중심으로 무질서하게 들어선 스카이라인은 난개발의 표본을 보여주며 태화강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굴화 LH 3·4단지에서 끝난 수변 공간 스카이라인은 이번 사업으로 인해 더욱 확장될 것이다.

수변공간은 중요한 공공자산으로 도시의 경쟁력이 되기도 한다. 파리나 런던 등 세계적인 도시들은 공공성을 수변공간 개발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고, 서울시 역시 한강 인근의 대규모 개발부지나 공공시설 이전 부지 등을 활용해 공적문화공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태화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정원 지정을 추진하는 울산시는 수변공간 개발의 핵심 목표를 시민 중심의 공공성 확보에 둬야 한다. 시가 태화강 수변공간 보존 및 개발에 대한 시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해 태화강 수변공간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길 바란다.

이춘봉 사회부 차장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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