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사 문화부기자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의 도입부다.

본디 이별이란 슬프고 아프기 마련이다. 김소월의 시에서 화자는 떠나는 임에 대한 슬픔을 감내하고 축복을 바라면서 보내준다. 물론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함께 했던 시간마저 부정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최근 울산문화예술회관이 시립합창단의 부지휘자를 선임하는 과정이 그렇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부지휘자 A씨를 떠나보내고 신규 부지휘자를 모집함에 있어 그 뒷맛이 영 씁쓸하다. A지휘자는 지난 2005년부터 13년 간 시립합창단의 부지휘자직을 맡아왔다. 그러다 올해 초 더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회관 측의 통보를 받았다.

A지휘자는 내심 자신의 정년을 시립합창단에서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회관 측의 일방적인 통보를 받자 못내 서운하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A지휘자가 문예회관의 담당자를 찾아가 면담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계약이 종료됐으니 절차에 따라 신규 부지휘자를 선임하는 것’이라는 냉정한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 결국 A지휘자가 회관 측의 처사가 부당하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요청했다.

물론 회관측에서는 적법한 절차에 맞게 일을 진행했다. 단체의 변화를 모색하려면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12년 간 함께 일해온 파트너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조금만 A지휘자를 배려했다면 서류 통보에 앞서 회관측의 입장을 충분히 설득시키고 이해를 구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회관측도 결코 이런 결말을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양측은 이별하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안겼다. 서로에 대한 배려가 아쉬울 뿐이다.

이우사 문화부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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