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구속영장 청구에 법조계 관심…“영장판사 고민 클 듯”

검찰이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영장 청구의 적절성과 그 결과를 둘러싼 전망을 놓고 법조계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점이 많은 데다 사안이 중대하고, 본인이 부인하고 있어 증거 인멸 소지도 있다”며 “드러난 혐의가 인정된다고 전제하면,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국민의 비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전직 대통령 두 명이 구속되는 일은 역사적으로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렇지만 사정기관인 검찰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해서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선 안 된다”고 전했다.

반면에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고 6개월간 수사가 충분히 돼 웬만한 증거는 다 나온 만큼 이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할 필요성은 적어 보인다”며 “잘못은 했지만, 전직 대통령이 둘이나 구속되는 것은 우리의 불행인 만큼 불구속 수사할 수는 없을지 검찰이 다시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한 사람을) 6개월간 집중적으로 수사한 것이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전직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자존심이기도 한데, 그런 사람에 대해 피의사실 공표를 계속했다. 재판을 받기도 전에 사람을 ’죽이는‘ 관행을 뿌리 뽑았으면 좋겠다”고 검찰을 비판하기도 했다.

현직 판·검사들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청구가 법적 요건에 부합한다면서도 결과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관측을 내놨다.

한 검사장급 검찰 간부는 “전직 대통령의 신분적 특수성상 도주의 우려는 거의 없다고 보이고 영장 발부에 영향을 끼칠 요소는 증거 인멸 우려에 관한 판단 부분”이라며 “법 논리로 엄밀하게 본다면 이미 김백준씨 등 핵심 측근들이 구속됐거나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전 대통령이 범행을 부인한다는 이유만으로 증거 인멸 우려가 크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전 대통령이 구속돼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종범으로 보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측근이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는 점, 개인적으로 이익을 직접 챙긴 부분이 없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는 점 등은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방 소재 한 법원의 형사부 부장판사는 “혐의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영장 청구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검찰이 일부 혐의는 물증보다 공범의 진술에 의존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며 “이 전 대통령이 측근의 각종 범죄 의혹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았다는 부분에 대한 입증이 영장심사의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영장판사로서는 법리적 고민 외에도 영장을 발부했을 때 전직 대통령 두 명을 구속해야 하는 점이나, 영장을 기각했을 때 쏟아질 여론의 압박이 강하게 예상되는 점 역시 별도로 고려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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