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맞아
저마다 가슴에 희망의 씨앗 뿌려
시련을 딛고 알찬 결실 맺었으면

▲ 이기원 울산경제진흥원장

봄, 봄이다. 봄은 만물이 살아 있음을 나타내고 활발히 움직이는 계절이다. 풀과 나무 등 식물들은 파란 싹과 새순을 내보이고, 추운 겨울을 이겨낸 동물들도 역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런 무수한 생명현상과 마주치면서 우리 인간에게도 생동감이 넘치게 된다. 오죽하면 칼럼리스트인 더그 라슨이 “봄이란 비록 녹은 진창물에 발이 빠졌다 해도 휘파람을 불고 싶은 때이다!”라고 했겠는가? 또한 봄에는 많은 것들이 돌아온다. 잊혀진 것들, 떠났던 것들이 돌아온다. 그래서 우리의 가슴은 설레기 마련이다. 그 중에 제일 눈에 띄는 것이 풀과 나무들이다. 엄동설한 딴딴하게 얼어붙었던 대지 위로 생명의 흔적을 내보내고 나무들은 꽃과 이파리로 장식을 한다. 이러한 경이로운 자연 현상을 인간은 경작이라는 이름으로 이용을 한다. 필자도 먹는 채소 정도는 매년 직접 재배하는데, 씨앗을 뿌린 후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고 조금씩 커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는 정말 채소로서 먹는 것 이상의 즐거움이다. 금년에도 지난 주말 상추랑 쑥갓이랑 몇 가지 씨앗을 뿌리고 싹이 잘 돋아나도록 물까지 주고 왔다.

잠시 생각해 본다. 이러한 봄에, 먹잇감을 얻기 위한 채소 씨앗만 뿌릴게 아니라 우리 각자의 가슴에도 뭔가 뿌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무슨 씨앗을 뿌릴 것인가? 많이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에게 꿈이 되고 바람직한 결실을 볼 수 있는 씨앗을 뿌려야 할 것이다.

중국 국적으로는 유일하게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이가 ‘모옌’이다. 그는 소학교시절에 문화대혁명을 맞아 불우한 10대를 보냈다. 농부와 공장 근로자로 소년생활을 보내고 20대에 인민군에 입대하면서 글쓰기에 심취한 그는 해방군예술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한국에 ‘붉은 수수밭’이라는 영화로 소개된 소설이 그의 작품이며, 2012년 ‘중국의 고대와 현대사를 뒤섞은 작품들로 환각적인 현실주의를 선보여’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그가 강한 애착을 갖고 선별한 12편의 작품들을 묶어 2006년에 <달빛을 베다>라는 자전적 소설집을 냈는데, 이 책의 서문에서 모옌은 “숱한 고난을 경험하고 참고 견뎌야 했으나 마지막에 가서는 미치광이가 되지도 않았거니와 타락하지도 않고 어엿한 작가로 성장했다. 도대체 무엇이 나로 하여금 그토록 길고 지루한 암흑의 세상을 보낼 수 있게 지탱해 주었을까? 그것은 바로 ‘희망’이었다”고 했다.

그렇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면 그 어려움을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나름대로의 난관에 부딪히곤 하며, 현재도 그런 어려움하에 놓여 있을 수 있다. 한 때 ‘헬 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했으며, 아직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더러 있을 것이다. 또한 ‘금수저 흙수저’하며 자기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남의 탓을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소말리아 같은 나라에서 태어났으면, 아니 멀리 갈 필요 없이 가까운 북한에서 태어났으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겠는가? 그리고 우리 주위에도 나보다 더 어려운 여건하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많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지금 한국은 국내·외적으로 여러 분야에 걸쳐 큰 난관에 직면해 있으며, 우리 울산 또한 주력산업인 조선업의 세계적인 불황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낙담만 하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슬픔에만 잠겨 있어서야 되겠는가? 남의 탓만 하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누가 말했듯이 지금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이 길은 끝이 막혀 있는 굴이 아니라 환한 세상이 기다리는 터널인 것이다.

우리 모두의 가슴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자. 그리고 ‘모옌’이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희망’으로 그 시련을 극복했듯이, 우리 각자도 ‘희망’이라는 씨앗이 잘 발아되어 알찬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방황하고 때로는 넘어지더라도 멈추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나의 미래를 위해! 울산의 미래를, 나아가 한국의 미래를 위해!

이기원 울산경제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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