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권 온산소방서장

불의 사용은 인류 문명의 상징이며, 최초 불을 사용할 때 인간들은 축복과 재앙을 동시에 가지게 되었다. 인류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불을 다스리는 기술은 늘어났지만 화재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현대사회에 이르러서는 건축물의 복잡화, 대형화 및 초고층화 등 환경의 변화에 따라 화재 발생빈도나 규모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빠른 경제성장에 따라 해마다 연간 4만건에서 5만건 까지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각종 제도 및 대책이 꾸준히 마련되고 있지만 화재는 줄지 않은 실정이다.

더욱 심각한 일은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아파트, 노인과 유아 등 취약계층을 위한 시설, 다중이용시설 등이 전체 화재 피해의 60%를 넘는다는 것이다. 그 중 다중이용시설 화재의 경우 최근 잇따라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망자 29),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망자 51), 신촌 세브란스 병원 화재(사망자 0) 등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초기진화의 여부에 따라 결과는 극명하게 갈린다. 초기진화에 실패한 앞의 두 화재와 달리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만 스프링클러 설비가 정상 작동해 초기 진화에 성공, 인명피해를 막았다.

화재에 있어서 초기진화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5분 이내에 진화하지 못할 경우 순식간에 대형화재로 번질 우려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촌각을 다투는 화재출동에 있어서 불법주정차로 인한 소방통로 확보 어려움이나 기타 도로, 건물 여건 등으로 인해 소방의 힘만으로는 불가피하게 초기진화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화재 발생 초기에 이를 감지하고 자동소화를 실시하는 스프링클러는 다중이용시설 화재예방대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설비이다.

하지만 현행법에서는 층수가 6층 이상이거나, 지하층·무창층 또는 층수가 4층 이상인 층으로서 바닥면적이 1000㎡ 이상인 층이거나, 의료시설 중 정신의료기관 또는 노유자시설로서 연면적 600㎡ 이상인 것 등으로 용도별로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만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 하고 있어 최근과 같이 중소형 건물에서 발생하는 화재에는 속수무책인 경우가 발생한다.

미국 NFPA(미국화재예방협회)통계에 따르면 2006~2015년 10년 동안 미국 의료기간 및 요양시설 연평균 화재 건수는 5996건이며 연평균 화재 사망자는 4명뿐이다. 2014년 이후 연평균 화재 사망자는 0명이다.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병원 및 요양시설에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를 규제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스프링클러 설비는 특성에 따라 습식, 건식, 부압식, 준비작동식, 일제살수식 스프링클러로 나누어지며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습식 및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있다. 헤드마다 차이가 있지만 화재발생 시 스프링클러 헤드의 감열부분이 화열로 인해 분해, 이탈되면 배관 내의 압력수 또는 압축공기가 방출되어 압력이 저하된다. 이것을 각 층의 유수검지장치가 감지 소방펌프를 작동시켜 살수를 시작하며, 동시에 연동된 경보설비가 작동해 건물 내 사람들에게 화재사실을 알린다. 스프링클러 설비는 마치 맞물려 있는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연동된 각 부분이 화재감지, 소화 및 경보를 자동으로 실시해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 화재 초기진압을 담당한다.

잇따라 발생한 대형화재에 따라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대상이 기존 11층 이상에서 6층 이상 건축물로 강화되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건물주는 법률에서 지정하고 있는 설치대상 건축물에 한해서만 설치하거나, 건축물 설계 시 스프링클러 설비의 설치대상 기준에 해당되지 않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 대규모 화재 인명피해는 스프링클러 설비가 강제화 되어 있지 않는 중소형 건물에서 발생한 것으로 미루어 보면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대상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화재로부터 재산과 인명을 보호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신뢰할 만한 설비는 스프링클러임을 잊지말고, 건축물 관계인은 자율소방안전관리 의식정착으로 내 가정, 내 이웃, 내 건물을 보호하기 위하여 스프링클러 설비를 적극적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김상권 온산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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