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작업에는 많은 고뇌가 따른다. 이를 대개 ‘창작의 고통’이라고 말한다. 정형화된 어떤 틀을 깨고 나오는 과정이기도 하다. 모든 속박으로부터 해방되어 완전한 자유로움을 취하기란 쉽지 않으나 이렇게 얻어지는 완전히 새로운 것은 신품(神品)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 많다. (예로부터 품평할 때 으뜸을 일품(一品)으로 분류하였는데, 그보다 더 높은 경지를 신품이라 했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그들의 삶에서 신품의 경지에 이를만한 훌륭한 작품을 제작하기를 원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틀에서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한다.

작가 박빙에게 그 틀을 깨는 도구는 바로 책이다. 책을 통해 또 다른 틀을 만들기도, 새로운 영역을 드러내기도 한다. 작품 ‘新책가도’(5×5×10cm외, Acrylic on wood, 2017)에서 단단하게 보이는 의자는 ‘양’이다. 흔히 떠오르는 양의 순하고 따뜻한 이미지와 예민하고 고집 센 양의 실제 성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 선입견의 틀을 깨고 본질을 바라볼 수 있는 상징물이 바로 그 틀 안에 놓여진 책이다.

▲ 新책가도

‘新책가도’라는 타이틀은 조선시대 민화를 연상케 한다. 조선민화가 사대부 문인화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분방함과 다양한 시점 등 그 시대에서 생각할 수 없었던 표현기법들이 사용되었다는 것에 박빙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고 한다.

많은 책들 사이에 사람이 파묻혀 있는 그의 다른 작품에서 책은 실제의 크기보다 크고, 사람은 실제의 크기보다 작다. 조선민화에서는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다른 것보다 월등히 크게 표현되기도 한다.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예술적 삶의 의지가 작품 속에 무의식적으로 드러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박빙의 ‘올해의 작가 개인전’은 오는 4월29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 갤러리 쉼에서 만날 수 있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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