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 대한 근본적 이해 부족
무차별적 행정 규제·탁상행정
건축주 부담, 신규 진입 막아

▲ 김훈 경주전통한옥학교장

최근 1년 여간 한옥은 거의 고사 직전이다. 정확히 말하면 한옥건축, 건축업을 하는 일꾼들의 밥줄이 상당한 수준으로 위협 받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 첫 번째 단초는 ‘현장 관리인’ 제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취지는 좋았다. 엉터리 업자로부터 건축주를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시행된 본 제도는 실제로는 소규모 업자나 식견을 갖춘 건축주들의 진입을 근본적으로 막아 버렸다. 더 기가 막히는 건 한옥 건축에 있어서 국가에서 인정한 한옥 계통의 자격증(문화재 수리기능사)을 가지고 한옥을 짓는 관리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옥 목수나 업자들이 우습게도 일반 건축에 쓰이는 ‘방수’같은 자격증을 따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두 번째 단초는 경주와 포항 지진 이후 내진설계 부분이 목조를 비롯한 한옥에까지 강제성을 띄게 된 것이다. 이것은 예전에 일반 건축물은 2층 이상, 목구조는 3층 이상에서 내진 설계를 요구하던 법령을 개정했기 때문으로, 이는 건축 재료의 특성이나 방식을 무시한 획일적인 행정 정책에서 비롯됐다.

한옥은 짜맞춤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에 그 어떤 구조물보다 지진에 강하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실험과 상황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실제로 경주와 포항 지진때 콘크리트 건물의 심각한 구조적 파손과 달리 한옥은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파손이 일어난 곳이 단 한군데도 없다 할 정도였다. 상황이 그러했기에 흔들림에 의한 일부 기와가 떨어진 것은 있었지만 한옥집이 무너지거나 심하게 뒤틀려 거주에 위협을 초래할 정도의 집은 단 한채도 없었다.

사실이 이러한대도 방송매체의 무리한 보도경쟁은 흘러 내린 기와를 집중 조명해, 마치 한옥 자체가 문제가 있는것 처럼 보도했고 이는 바로 한옥 목수들의 생계에 위협이 되는 수준으로 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즉 막연한 불안감이 한옥의 신축을 주저하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이 약간 희미해지는 와중에 이번엔 세 번째 카운트 펀치가 한옥업계를 휘청이게 하고 있다. 관공서의 ‘구조 안전 확인서’ ‘구조 계산서’ 등의 요구가 바로 그것이다. 그동안 한옥을 크게 목구조의 범주안에 넣어 내진설계에까지 압력을 행사했지만 위 확인서, 계산서의 제출 요구를 한옥에는 적용되지 않고 1년여를 넘긴 시점에서 슬그머니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목조 주택업계는 두 세달을 기다리더라도 위와 같은(60여장에 이르는 서류의 작성) 업무를 수행할 구조사를 상당수 확보한 상황이지만 한옥업계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전국적으로 한옥 도면을 그릴 줄 아는 건축사 인력도 부족한데, 한옥에 대한 구조계산을 할 수 있는 구조사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이는 ‘선 행정 후 조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법령을 만들고, 이를 시행하고자 한다면 그에 따른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일선 현장에서 혼란이 오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벌어진 상황에 대한 인기영합식의 법안 발의나 행정지침은 결국 부담 증가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층수, 규모 등에 상관없는 이러한 무차별적인 행정규제는 현실과 한옥에 대한 근본적 이해 부족이 가져온 한옥 업계의 ‘참변’에 해당된다. 가장 많은 수요가 집중하는 이 시기에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이러한 행정조치에 의해 수많은 한옥을 짓고자 하는 건축주들은 한옥에 대한 구조 계산이 가능한 구조사들을 찾아 눈에 불을 켤 것이고, 이는 고스란히 건축주들의 부담으로 이어져 근본적으로 한옥 짓는 자체를 다시 고려하게 되는 상황으로 가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로 기꺼이 역마살있는 팔자를 감내하고 있는 수많은 한옥 종사자들에게 이번 사태가 독배로 작용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만 가득하다. 에휴, 도대체 이놈의 나라는 쓸데 없는 행정 규제를 없애도 모자랄 판에 자꾸만 더 만들어대니 참 살기 힘든 나라이다.

김훈 경주전통한옥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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