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간 지속된 울산시 동구지역 경기침체로 인해 22일 울산시 동구 대송농수산물시장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년치 수천억원 지급됐지만
주민·근로자 지갑 열지않아
‘최소비용의 생활’ 인식 여전
지역사회 “연말까진 버텨야”

현대중공업 2년치 임단협 타결로 울산 동구 지역주민·상인들이 경기 활성화를 기대했으나 한 달여가 지난 현재의 체감 분위기는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지역사회 전반에서는 오히려 올해 말까지는 동구가 ‘보릿고개’를 버텨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짙게 깔려 경기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22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지난달 12일과 14일 설 상여금, 귀향비 등과 지난해 성과금·격려금, 직원 생활안정 지원금 등 전체 타결금의 절반 가량이 근로자들에게 지급됐다.

나머지 2016년 성과금과 격려금, 2016~2018년 임금인상 소급분, 유상증자 지원금 등 추가 타결금은 오는 29일 지급되고, 3월 급여(4월10일부터)는 협상내용이 반영된 임금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줄곧 ‘현대중공업 임금협상 타결’을 외쳐온 지역주민과 상인들의 반응은 한 달여가 지난 현재 영 시원찮다. 현중 임협이 타결되면, 침체된 지역경제가 좀 나아질 것으로 크게 기대했으나 ‘설 명절 반짝특수’를 누린 후에는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특히 전체 타결금 지급 규모는 수천억원에 이르지만, 이를 지급받은 지역주민이나 근로자들의 지갑은 기대만큼 열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타결 전보다 매출이 안 좋아졌다는 상인들도 있다.

이영필 동구상인연합회장은 “지난 설때는 타결도 됐고, 명절을 세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돈을 쓰면서 ‘대목’을 누렸는데, 그 이후에는 (타결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며 “전반적으로 근로자들이 안정이 돼야 하는데, 타결이 돼도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결금이 지역사회에 유입되면 좋은데 아직까지도 ‘최소비용으로 생활하자’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 같아 지갑을 닫았고, 일부 상인들은 오히려 더 힘들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만 더 보릿고개를 버티면 곧 좋아지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나타내는 시각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외식업계다.

김종문 동구외식업지부장은 “얼마전 지부 총회를 하면서 (업계의) 여러 의견을 들어보니 타결 전보다 분위기가 한층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대체적으로는 ‘특별히 좋아졌다’는 건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중공업 근로자들이 지난 2년동안 얇은 지갑으로 생활해오면서 쌓인 빚, 대출금 등이 고작 타결금 한번 지급으로 해소될리가 만무하다”고 밝혔다.

또 “기대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아쉽지만, 그동안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선박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 올해 말까지는 지난 2년간 해왔던 것처럼 버텨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구지역은 올해 말까지는 전반적 고용상황은 물론, 경제지표, 지역사회 분위기 등에서 최악의 보릿고개 시기를 넘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구청 역시 올해 말까지는 ‘버텨야 하는’ 시기로 판단, 울산시에 지역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경예산 30억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워낙 경기가 좋지 않아 일자리 구하기마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이에 동구청은 6개월~8개월 단기 일자리를 창출, 추후에는 실업급여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자리 예산을 시에 요청했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는 꾸준히 들려오는 현대중공업 수주 소식이 지역사회의 활기를 띄게 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있다.

한편 동구청은 이날 세종시에 있는 고용노동부를 방문해 ‘동구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정식으로 신청했다. 동구는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가 2014년에 비해 2017년 26.6%가 감소해 고용노동부 고시의 기준인 7%를 넘겨 충족 기준을 갖췄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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