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치 수천억원 지급됐지만
주민·근로자 지갑 열지않아
‘최소비용의 생활’ 인식 여전
지역사회 “연말까진 버텨야”
현대중공업 2년치 임단협 타결로 울산 동구 지역주민·상인들이 경기 활성화를 기대했으나 한 달여가 지난 현재의 체감 분위기는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지역사회 전반에서는 오히려 올해 말까지는 동구가 ‘보릿고개’를 버텨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짙게 깔려 경기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22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지난달 12일과 14일 설 상여금, 귀향비 등과 지난해 성과금·격려금, 직원 생활안정 지원금 등 전체 타결금의 절반 가량이 근로자들에게 지급됐다.
나머지 2016년 성과금과 격려금, 2016~2018년 임금인상 소급분, 유상증자 지원금 등 추가 타결금은 오는 29일 지급되고, 3월 급여(4월10일부터)는 협상내용이 반영된 임금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줄곧 ‘현대중공업 임금협상 타결’을 외쳐온 지역주민과 상인들의 반응은 한 달여가 지난 현재 영 시원찮다. 현중 임협이 타결되면, 침체된 지역경제가 좀 나아질 것으로 크게 기대했으나 ‘설 명절 반짝특수’를 누린 후에는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특히 전체 타결금 지급 규모는 수천억원에 이르지만, 이를 지급받은 지역주민이나 근로자들의 지갑은 기대만큼 열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타결 전보다 매출이 안 좋아졌다는 상인들도 있다.
이영필 동구상인연합회장은 “지난 설때는 타결도 됐고, 명절을 세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돈을 쓰면서 ‘대목’을 누렸는데, 그 이후에는 (타결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며 “전반적으로 근로자들이 안정이 돼야 하는데, 타결이 돼도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결금이 지역사회에 유입되면 좋은데 아직까지도 ‘최소비용으로 생활하자’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 같아 지갑을 닫았고, 일부 상인들은 오히려 더 힘들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만 더 보릿고개를 버티면 곧 좋아지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나타내는 시각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외식업계다.
김종문 동구외식업지부장은 “얼마전 지부 총회를 하면서 (업계의) 여러 의견을 들어보니 타결 전보다 분위기가 한층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대체적으로는 ‘특별히 좋아졌다’는 건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중공업 근로자들이 지난 2년동안 얇은 지갑으로 생활해오면서 쌓인 빚, 대출금 등이 고작 타결금 한번 지급으로 해소될리가 만무하다”고 밝혔다.
또 “기대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아쉽지만, 그동안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선박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 올해 말까지는 지난 2년간 해왔던 것처럼 버텨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구지역은 올해 말까지는 전반적 고용상황은 물론, 경제지표, 지역사회 분위기 등에서 최악의 보릿고개 시기를 넘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구청 역시 올해 말까지는 ‘버텨야 하는’ 시기로 판단, 울산시에 지역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경예산 30억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워낙 경기가 좋지 않아 일자리 구하기마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이에 동구청은 6개월~8개월 단기 일자리를 창출, 추후에는 실업급여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자리 예산을 시에 요청했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는 꾸준히 들려오는 현대중공업 수주 소식이 지역사회의 활기를 띄게 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있다.
한편 동구청은 이날 세종시에 있는 고용노동부를 방문해 ‘동구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정식으로 신청했다. 동구는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가 2014년에 비해 2017년 26.6%가 감소해 고용노동부 고시의 기준인 7%를 넘겨 충족 기준을 갖췄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