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경제부 기자

“젊은이들은 심각한 취업난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다른 나라 얘기같아요. 저희는 사람을 구하고 싶어도 오지를 않으니…”

최근 취재차 찾은 울산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회사는 탄탄한 기술력으로 국내 및 해외에서도 인정받으며 글로벌스타벤처기업에 선정될 만큼 유망 중소기업이다. 급여나 복지수준도 동종업계와 비교했을 때 나쁘지 않다. 하지만 생산공장에는 20~30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찾기 힘들고 대부분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키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의 또 다른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기술연구소와 해외지사를 갖추고 있고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역시 신규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사 대표는 “요즘 젊은 구직자들은 몇 달 다녀보고 안맞다 싶으면 고민없이 쉽게 그만 둔다. 또 채용해서 힘들게 가르쳐 놓으면 대기업이나 동종업계 더 나은 회사로 가기 일쑤다”고 푸념했다.

이들 뿐 아니라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대기업들은 수십대 1에서 인기가 높은 곳은 수백대 1까지 경쟁률이 치솟고, 공무원도 수십대 1에 이를 만큼 경쟁이 치열한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사실 중소기업의 구인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나, 수년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젊은층의 취업난과 반비례해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심화되고 있어 업계 종사자들의 한숨을 짓게 하고 있다.

문제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로 이 같은 ‘일자리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라는 데 있다. 실제 동남지방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지역 60세 이상 노인층 남자 취업자는 4만4000명으로 15~29세 청년층 남자 취업자 4만3000명을 앞질렀다. 2015년까지 청년 취업자가 노인 취업자 보다 많았으나 2016년부터 추월돼 2년 연속 노인 취업자가 청년 취업자를 앞지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 울산의 한 중소기업은 구인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전체 임직원수가 40명에 불과한 이 회사는 역사가 20년이 조금 넘으나 직원들 평균 근속년수는 10년 정도에 이를 만큼 길다. 한 여직원은 13년째 장기근속 중이다. 이는 이 회사의 복지수준이 여느 중견기업 부럽지 않을 만큼 좋은데다 회사 CEO의 마인드가 젊은 직원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눈높이 맞춰 회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드러난다. ‘중소기업이 구인난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에 있을지를 물은 결과, 구직자들은 의외로 ‘임금이 적어서(26.1%)’라는 답변보단 ‘복지 등 근무환경이 열악해서(39.2%)’라는 답변을 더 많이 내놓은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에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중소기업 구인난의 보다 근본적인 이유에 집중해 장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 산업의 근간인 중소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젊은 인재들이 계속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구조적인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고 젊은층이 입사하고 싶은 중소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구직자들의 합리적인 눈높이 조정에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도 중요하나, 결국 궁극적으로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CEO의 경영철학과 직원을 위하는 마인드가 가장 필요해 보인다. 차형석 경제부 기자 stevecha@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