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울산시장 비서실 압수수색을 두고 자유한국당과 경찰의 대립 양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정치인들의 SNS와 논평을 통한 말다툼을 넘어서 일선경찰들이 SNS에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豕眼見惟豕 佛眼見惟佛·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이란 항의 피켓을 내걸며 반발하고 있다. 벌써 인증샷 참여인원이 3000명을 넘어섰다. 정치에 휘둘려 감정싸움으로 치달으면서 선거도 수사도 왜곡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지난 16일 “광견병 걸린 미친개”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 “사냥개” 등 원색적 표현으로 울산시청 비서실 압수수색을 비난했다. 홍준표 대표는 황운하 경찰청장을 일컬어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도랑을 흙탕물로 만든다”고 했다. 정치인에게 있어 말은 곧 능력이다. 대중을 설득하는 중요한 도구가 말이기 때문에 때론 직설적이고 과격한 단어가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과격하거나 직설적인 단어가 반드시 대중에게 쉽게 가닿는 것은 아니다. 공격의 대상을 설득할 수 없는 품위를 잃은 언어는 대중도 설득하기 어렵다. 장 수석대변인은 의혹의 대상을 실명으로 지목했으므로 경찰 전체로 침소봉대하지 말라고 했으나 침소봉대가 안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의 반발은 차치하고 일선 경찰의 반발은 이미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의 한 지구대 앞에는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장제원 의원 사무실 앞에서 1인시위도 벌였다.

자유한국당이 이번 김기현 시장 측근 수사를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직 시장인데다 공천이 확정된 6·13지방선거 울산시장 후보를 두고 선거 직전 저인망식 수사를 펼치는 경찰이 못마땅한 것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압수수색을 한 지 10일이 지났으나 김 시장과 관련성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비서실을 압수수색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도 아직은 나오지 않고 있다.

울산경찰은 김기현 시장 측근 외에도 자유한국당 소속 울산지역 기초자치단체장 2명을 더 수사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마을 조성사업과 관련해 서동욱 남구청에 대한 수사도 시작한지는 한달이 넘었다. 또 지난 23일 신장열 울주군수가 시설관리공단 직원 채용에 압력을 행사하거나 채용을 청탁한 혐의가 있다며 피의자로 소환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공작수사’라는 한국당의 불만이 터져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울산경찰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정치권의 시비에 말로써 일일이 대꾸하기 보다는 수사에 전념해서 하루빨리 결과를 내놓는 경찰의 소임에 최선을 다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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