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전문(前文)과 11개 장 137조 및 부칙으로 구성된 개헌안을 발의했다. 개헌 논의의 공이 국회로 넘어간 것이다. 여야는 일단 개헌안 협상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정부 개헌안 발의시 ‘60일 이내 표결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려면 5월24일 전에 처리해야 한다. 일정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오는 6·13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투표가 가능하다. 하지만 국회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통령 개헌안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개헌저지선(국회의원 3분의 1·현재 293석 기준 98석)을 넘는 116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발의로는 38년 만인 이번 개헌안에는 대통령 4년 연임제 도입과 수도조항 및 토지공개념 명시, 지방분권 국가 지향 등이 담겨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현지에서 전자결재로 대통령 개헌안의 국회 송부와 공고를 재가하면서 입장문을 통해 “6·13 지방선거 때 동시투표로 개헌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개헌발의권을 행사한다”고 대통령 개헌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개헌안에 대해 야당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헌법 전문·권력구조·토지공개념 등 곳곳이 ‘지뢰밭’이다. 자유한국당은 ‘사회주의적 개헌’이라고 규정했다. 바른미래당 등도 개헌의 초점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차단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을 국회가 일부 조항을 수정해 의결할 수는 없다. 현재로서는 △여야가 최대한 빨리 국회 합의안을 마련해 표결에 부치거나 △개헌 내용 합의를 전제로 개헌투표 시기를 6월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에 합의하거나 △정부 개헌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하는 것 등 세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지만 모두 가능성이 낮다.

다른 방법으로는 국회가 여야 합의로 5월4일까지 자체 개헌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도 국회가 개헌안을 마련하면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통령의 개헌안이 국회에서 의결되지 않더라도 여야합의 국회개헌안 마련에 촉매제가 되는 것으로 만족하겠다는 뜻이다. 국회는 헌정특위를 가동한지 1년3개월이 지났으나 제대로 개헌협상을 하지 못했다. 이제 더이상 늑장을 부릴 수 없게 됐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이북(eBook)으로 제작해 무료로 배포한 정부 개헌안 발표집 및 전문이 나흘 만에 4000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할만큼 국민적 관심이 높다. 국회는 이제 어떻든 개헌에 대한 가시적 결론을 내놓지 않으면 안될 입장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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