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양보 골자 개정안 합의
車 양보 골자 개정안 합의
픽업트럭 관세 20년 연장
현대車등 현지진출 빨간불
미국산 국내 안전기준 완화
수입차 공세속 위기감 커져
현대자동차가 최근 1~2년 새 해외시장 판매부진과 노사갈등에 따른 생산 차질로 어려움을 겪으며 울산지역 자동차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 가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으로 지역 자동차업계가 다시 한 번 타격을 입게 됐다. 픽업트럭에 대한 미국 관세가 2041년까지 유지돼 잠재 수출시장이 위축되는 데다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국내 안전기준이 완화되면서 독일, 일본 브랜드에 이어 미국 자동차까지 한국 시장에 밀려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픽업트럭 美 수출길 막혀…현대차 ‘빨간불’
2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한미 FTA 개정협상 결과에 따르면 양국은 미국의 최대 관심 분야인 자동차에서 화물자동차(픽업트럭) 관세철폐 기간 연장, 자동차 안전·환경 기준 유연성 확대에 합의했다.
기존 협정에서 미국은 2021년까지 픽업트럭에 대한 25% 관세를 완전히 없애기로 했지만 이번 합의에 따라 철폐 기간이 2041년까지로 20년 연장됐다.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준수한 경우 한국 안전기준을 맞추지 못하더라도 수입을 허용하는 물량 기준을 제작사별 연간 2만5000대에서 두 배인 5만대로 늘렸다.
일단 지역 자동차업계는 가장 우려했던 ‘미국 자동차 부품 의무사용’이 이번 합의에서 빠진 것에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나, ‘픽업트럭 관세 연장’ 합의만으로도 충격이 작지 않다는 반응이다. 현재로서는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 브랜드 픽업트럭이 없지만, 미국 시장에서 한 해 판매되는 차 가운데 무려 15%가 픽업트럭이기 때문에 현대차 등 국내업체는 미국시장 공략을 위해 픽업트럭 개발을 서둘러왔다. 실제 현대차는 미국시장을 겨냥한 산타크루즈 기반의 픽업트럭 개발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결국 이는 현대차의 미국 (픽업트럭)시장 진출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가 아닌가 본다”고 밝혔다.
◇美 생산차 점유율 증가 예상…일자리 유출 가능성도
미국에서 생산돼 한국으로 수출되는 독일·일본차도 위협적인 부분이다.
최근 국내 자동차시장은 현대·기아차와 수입차의 싸움이라고 할 정도로 수입차 판매량이 급상승 중이다. 올해 수입차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9% 더 늘어난 25만6000대로 관측되고 있다.
우리나라 안전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미국 기준만 충족하면 수입을 허용하는 쿼터(수입 할당량)가 ‘업체당 5만대’로 늘어나는 것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현재 수입차 시장에서 미국차 수요가 많지 않으나 중장기적으로 미국차에 대한 안전기준이 완화되면, 미국 브랜드 입장에서는 무관세일 뿐 아니라 새로 한국 인증을 받기 위해 비용과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다양한 차종을 소량이라도 공격적으로 한국에 들여올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무역협회 울산지역본부 관계자는 “차 부품시장 추가개방을 막은 것은 다행이나 미국에서 생산된 독일이나 일본 브랜드에 이어 미국차까지 밀려들 가능성이 높다”며 “또한 미국 픽업트럭 시장 진출을 노리는 현대차 등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건설할 가능성도 있어 이 경우 양질의 일자리 유출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한미FTA 발효 직전인 2011년 41억9600만달러에서 이듬해 51억8700만달러로 큰 폭으로 증가한 뒤 매년 증가해오다 2016년부터 내리막세를 보이고 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