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현상이나 개인의 행동이
다수에게 쉽게 이해되는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 만들어야

▲ 김상곤 전 울산광역시 감사관

세상에 드러나는 모든 일들은 원인과 결과의 모습을 띤다. 자연현상은 물론이고 사회현상도 원인과 결과의 현상으로 나타날 때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인과관계의 과정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은 신비의 영역 또는 초능력의 세계에서나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것을 상식이나 합리적인 사고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합리적인 사유와 가장 거리가 먼 예술도 이런 방식의 설명이 가능한 영역으로 취급되고 있다. 심지어 현세의 삶과 사후세계 모습에도 대부분의 종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사후세계의 평화를 보장받기 위해서 그것의 원인이 되는 현실의 삶을 잘 가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불교에서는 인연설이나 연기라는 말을 불교이론의 가장 중심에 두고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는 상식과는 다른 인과관계의 세계 속에 살고 있는 듯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방송이나 신문에서 매일 접하면서 살아간다. 상식의 범위를 넘지 않는 인과관계에 기초한 사실을 진실로 믿으며 살아가는 소시민들에게는 매우 불편하고 때로는 혼란스러운 일이다. 매일 방송화면에 등장하는 정치가들이나 유명 인사들의 이야기다. 우리가 보기에는 상식적인 인과 관계가 있어 보이는 행동이나 현상도 쉽게 부정하면서 국가기관과 진실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믿고 살아온 세상이 전부가 아니었구나 하는 것을 실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한 번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형법상의 인과관계에 대해서 살펴보기도 하고 더러는 친구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 보기도 한다. 형법을 공부한 친구가 일러준 말에 의하면 어떤 사람의 행동과 의도라는 원인을 범죄라는 결과로 연결하는 것이 상식으로 해결할 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살인자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살인자를 낳은 어머니에게까지 소급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보기에 인정할 만한 원인과 결과를 부정하는 논리를 당당히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수긍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개인적인 행동이나 의도를 정확히 밝힌다는 것은 자연과학적 진리를 찾아내는 것처럼 수월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사회현상이 복잡해지고 이것을 통제하는 법률이 완벽하지 않는 이상 어떤 결과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사회현상이나 개인의 행동이 다수의 구성원들에게 쉽게 이해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특히 재산의 축적과정은 다른 어떤 사회 현상보다도 상식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평생 동안 부 또는 재산이라고 부를 만한 것을 가져보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아파트 혹은 집 한 채가 재산의 전부이다. 그 마저도 은행과 함께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용기를 주는 일은 얼마의 부를 무상으로 나누어 주는 일이 아니라 부의 형성과 축적이 그 사회가 인정하는 윤리적인 인과관계의 범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믿음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검찰청 포토라인 앞에 선 지도자들의 언어를 듣고 있노라면 이러한 믿음이 점점 약해지고 지금까지 상식적이라고 믿어왔던 모든 사회 현상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된다.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에 무관심하고 냉소적이 된다는 것은 사회통합이나 개인의 행복추구에 있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사회지도층들은 이러한 소시민들의 바람을 무색케 하는 행동과 언어를 너무 쉽게 쏟아내고 있다. 한때 우리사회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말이 회자된 적이 있었다. 심지어 아파트에도 노블리스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도 했다. 사회 지도자들의 윤리적 책임이 절실하다는 무언의 소리였다. 이것이 지도자들이 건강한 인간으로서의 욕구까지 억제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준수해야 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다만 욕구의 충족 과정이 일반 시민보다는 투명하고 행동의 결과가 상식적인 인과관계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좀 더 바란다면 개인의 욕구를 충족하는 일보다 사회적 책임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 소시민들을 감동시키는 사회일 것이다.

김상곤 전 울산광역시 감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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