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논란 휩싸인 김시장측근 비리 수사
공정성 시비로 수사결과 불신초래 안돼
엄중수사 위해선 사소한 구설도 경계를

▲ 신형욱 사회부장

울산이 최근 전국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뉴스 내용은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산업 도시에 걸맞은 산업·경제 관련이나 노동 관련 뉴스가 아니다. 김기현 울산시장 주변 비리 의혹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중심이다. 경찰은 김 시장 비서실장 등의 레미콘업체 지원 특혜의혹, 김 시장 친형과 동생의 아파트 사업권 개입의혹, 정치자금법 위반의혹 등 3건에 8명의 김 시장 친인척과 주변인들을 피의자로 수사 또는 신병 확보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도 본질인 수사 내용보다는 수사의 정치적 의도(?)에 대한 논란이나 김 시장과 관련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이 더 부각된 상황이다.

6·13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현역시장인 김 시장이 제1야당의 시장후보가 된 날 전격적(?)으로 단행된 압수수색의 시기가 빌미가 됐다. 요약하자면 김 시장이 소속된 자유한국당은 자당의 유력 후보를 흠집내려는 수사 공작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공작’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 등 막말 수준의 거침없는 단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자유한국당은 더 나아가 이번 사건의 지휘책임자인 황 청장을 직권남용과 공무원 선거중립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

역풍도 불었다. 자유한국당의 논평이 경찰 전체를 매도한다고 인식한 경찰들이 SNS 등에 ‘豕眼見惟豕, 佛眼見惟佛(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돼지 눈으로 보면 돼지로 보이고, 부처의 눈으로 보면 부처로 보인다)’ 문구를 든 사진을 올리는 등 공분했다. 여기에 황 청장은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자세로 살아왔다”며 정상적인 절차에 따른 압수수색임을 강조했다. 또 “(한국당의) 표현방식이 지나치게 거칠어 심한 모욕감으로 분노를 억제하기 힘들다”고 거들었다.

이같은 뉴스가 연일 오르내리면서 울산은 비리(현 수사 단계에서는 김 시장 주변의 비리 의혹 수준이지만)와 연관된 도시라는 달갑지 않은 인식을 받게 됐다. 내용이나 그 결과야 어찌됐든 울산시민으로서 자존심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게 됐음은 분명하다. 물론 황 청장의 “흔들림 없이,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공명정대한 수사를 하겠다”는 언급처럼 엄중한 수사가 진행돼야 하고, 그 결과 혐의가 인정된다면 엄정한 법집행이 이뤄져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려면 황 청장의 오해를 살만한 행보에 대한 해명도 있어야 할 듯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울산에서는 경찰이 현역 단체장을 상대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던게 사실이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는 황 청장이 여권의 유력한 울산시장 후보를 여러 번 만났다는 얘기가 돌았고, 급기야 황 청장과 해당 후보는 2번 만나 ‘김 시장 주변 관련 비리나 정치적 내용이 아닌’ 인권경찰 등 소소한 내용이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당시 변호사이기도 한 이 후보가 경찰이 검찰의 비위를 밝히기 위해 수사하고 있는 ‘고래고기 반환 사건’과 연루된 피의자 변호를 맡았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결국 이 후보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의 다른 변호사가 변호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위야 어찌됐든 오해의 소지가 없지 않다.

게다가 김 시장 주변 비리 의혹 수사관 중 한명이 3년전 김 시장 비서실장의 형을 찾아가 협박했다는 폭로까지 나온 상황이다. 황 청장의 시민에 대한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김 시장 주변 비리 의혹 수사나 고래고기 반환 사건 등 황 청장 부임 이후 의욕적으로 수사해온 사건들이 공정성 논란으로 그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황 청장의 행보가 김 시장 주변 비리 의혹 사건의 차질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선거를 앞두고 공론화된 사건인만큼 한 점 의혹없이 명백히 밝혀내야 한다. 현직 시장이자 차기 유력한 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 주변에 대한 수사인만큼 울산시민들이 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차 강조하지만 엄중하고 공정·신속한 수사가 전제가 돼야 한다. 그길만이 생채기 난 울산시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형욱 사회부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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