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환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최근 미투운동이 확산되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의 자살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유명 배우뿐 아니라 대학교수까지 나름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자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몇 년 전 유행한 ‘베르테르 효과’가 재현될까 걱정스럽다. ‘베르테르 효과’는 자살한 유명인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자살을 시도하는 것을 말한다. 자살은 사회적 영향력유무나 연령대와 상관없이 일어나고 있어 우리 사회의 뼈아픈 단면을 보여 주고 있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2016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26.5명으로 OECD 회원국 중 13년째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OECD 회원국 평균 12.1명보다 2배이상 높고 2016년 한해에만 1만3092명이 자살을 해 하루 평균 36명이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은 사회나 개인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이 될 수 없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수많은 문제에 직면하며 살아간다. 어찌 보면 인생은 문제 해결의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자살로 해결하려는 태도는 문제 해결은 커녕 귀중한 목숨만 잃고 더 큰 문제를 만들 뿐이다. 자살자의 미래 소득 감소와 가까운 사람을 잃은 이들이 느껴야 하는 상실감과 우울감은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자살이 문제해결의 대안이라면 수많은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 과연 지구상에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자살하는 이유는 많겠지만 생명경시 풍조가 가장 큰 원인이다. 생명경시 풍조는 물질 만능주의가 빚어낸 부작용으로 자신의 생명을 가벼이 여기면 남의 생명도 귀한 줄 모르게 되고, 이는 생명경시 풍조의 악순환을 초래할 뿐이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바로서기 위해서는 그 바탕에 생명을 존중하는 의식이 있어야만 한다.

또한 자살을 개인적 문제로만 바라보지 말고 사회적 병리 현상의 한 단면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만 자살을 줄일 수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은 ‘자살론’에서 자살이 사회현상임을 강조하고 있다. 뒤르켐은 개인이 집단의 이익을 위해 희생하는 이타적 자살, 사회 통합의 정도가 낮아 소속감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이기적 자살, 사회 무규범으로 인한 아노미적 자살, 지나친 규제와 억압으로 발생되는 숙명적 자살로 구분하면서 자살이 집합적인 사회의 힘으로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자살을 예방하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는 생명 존중 의식이 사회 저변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나서야 하며 개인은 자살이 문제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명백한 사실을 인식해야만 한다. 요즘처럼 급격한 사회변화와 무한경쟁의 사회구조는 자살을 더욱 부채질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변화의 흐름에 맞게 사회적·제도적 차원의 대책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공고히 만들어야 할 것이다. 생명 중시 문화가 저변으로 확대되어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자살이라는 보도가 나오지 않도록 모두가 동참하여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길 기대해 본다.

이정환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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