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창사 이후 처음…사회 신뢰 회복·근로조건 개선 등 공언
사측 “노동자 정당한 권리 존중”…IT업체 노조 설립 이례적

국내 최대 포털 업체인 네이버에 사상 첫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네이버지회(이하 네이버 노조)는 2일 설립 선언문을 발표하고 네이버 및 계열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노조 가입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네이버 노조는 창립 선언문에서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초기의 수평적 조직 문화는 수직 관료적으로 변했고 IT 산업의 핵심인 활발한 소통문화는 사라졌다”며 “복지는 뒷걸음질 치며 포괄임금제와 책임근무제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각자의 위치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투명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나 네이버는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다”며 “우리의 자부심은 실망으로 변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 사회의 신뢰를 받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네이버 만들기 ▲ 투명한 의사 결정 및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기 ▲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IT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연대 등을 활동 목표로 내세웠다.

노조의 별칭은 ‘함께 행동해 네이버를 깨끗하게 성장시킨다’는 뜻의 ‘공동성명(共動成明)’으로 정했다.

네이버를 비롯해 라인플러스, 네이버랩스,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 스노우, 네이버웹툰 등 계열사 직원들도 하나의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산업별 노조 형태다. 

상급단체로 민노총 화섬식품 노조를 택한 것에 대해선 “어떤 산별노조에도 우리와 같은 IT기업이 없어 전문적인 역량을 갖추고 저희를 위해 헌신해줄 수 있는 곳을 찾았다”고 밝혔다.

네이버에 노조가 생긴 것은 1999년 창사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과거에도 직원들 사이에서 노조 설립 얘기가 나온 적이 있지만, 실제 결과로 이어진 적은 없다.

지난해 네이버가 뉴스편집 공정성과 뉴스 댓글을 비롯한 여러 사회적 논란에 휘말리면서 외부의 비판을 많이 받은 데다 성과급 지급 지연 등으로 직원들 사이에 동요가 일면서 자연스레 노조 설립 여론이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개발자 출신의 오세윤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몇몇 직원들이 지난해 연말 노조 설립에 의견을 모으고 올해 초부터 화섬노조 측과 절차를 밟아왔다.

노조는 “출범을 앞두고 직원들이 참여하는 익명 게시판에 설문 조사를 띄웠더니 총 729명 중 94.9%가 노조에 가입하겠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임영국 노조 사무처장은 “페이지 개설 1~2시간 만에 300여 명이 가입 신청했다”고 밝혔다.

네이버 노조는 조만간 근로조건과 노조 전임자 문제 등을 놓고 사측과 교섭에 나설 예정이다.

네이버 사측 관계자는 노조 설립에 대해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이니 당연히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IT 업체의 노조 설립은 흔치 않은 사례다. 한국휴렛팩커드나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한국오라클 등 업력이 오래된 대형 외국계 IT 업체 일부를 제외하면 노조를 찾아보기 어렵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