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호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이미지의 마력-대곡리…’ 출간
선사미술유적등 사진곁들여 소개

▲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가 귀중한 것은 바위에 그려진 형상의 개체 수가 다른 바위그림에 비해 월등히 많기 때문이 아니다. 세계 바위그림 중에는 형상의 수가 수만 점이 넘는다고 알려진 유적도 있다. 그럼에도 선사미술 연구자들이 반구대 암각화를 주목하는 이유는 왜일까?

동북아역사재단 책임연구위원인 저자 장석호(사진)씨가 오랜 세월 한반도와 전 세계 흩어진 암각화 유산을 비교하고 분석한 결과를 모아 <이미지의 마력-대곡리 암각화의 세계> 속에 담아냈다.

▲ 장석호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저자는 대곡리암각화에는 세계 선사시대 바위그림 유적들에서 나타나는 보편성 위에 대곡리만의 독특한 제재와 주제, 선사시대 해양어로집단의 고래학과 포경문화에 관한 구체적인 도상기록에 주목한다. 그는 그리고 세계에서 유일한 대곡리식 동물양식을 창출시켰으며 이러한 독창성 때문에 선사미술 연구자들이 이 암각화 속 형상들을 주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선사미술의 범세계적 보편성 속에 대곡리암각화가 지니고 있는 독창성과 인류 문명사상 주목할 가치가 무엇인지 밝혀서 소개하고 있다. 또 선사미술유적의 독특한 아우라와 그 속에 그려진 다양한 이미지들이 발산하는 매혹적인 조형예술의 세계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선사인들이 특정 공간에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일이 길고 긴 인류 문명사 가운데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고, 동시에 이 이미지들이 과거 어느 시기와 오늘의 우리 사이, 현실계와 비현실계 사이를 이어주는 메신저이자 소통수단이었으며, 문자가 없던 시기의 문명사를 복원할 수 있는 원천 기록물임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 이미지의 마력-대곡리 암각화의 세계

이 책의 저자는 세계 각지의 바위그림유적 필드워크과정에서 직접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듯 기술함으로써 글 속에서 논한 공간의 현장감을 높이고, 또 개개 형상들이 보이는 생동감을 그대로 전하고자 하였다. 현지 연구자 및 지역 주민들과의 대화과정에서 채록·수집한 자료들을 글의 기반자료로 활용하였으며, 선사미술유적이나 지역 성소에 대한 연구의 현주소, 그리고 이들 선사미술을 대하는 인근 주민들의 기층심리 등도 독자들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고 있다.

이 책 가운데 소개한 사진은 대부분 현장에서 직접 촬영한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하기 이전에 촬영하였던 상당수의 사진은 장기간 오지를 다니면서 조사하였던 당시 여건상 보존상태가 나쁘고, 일부는 변색되는 등 도상자료로 아쉬운 감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20년 혹은 30년 전 연구환경을 되돌아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역사공간. 496쪽. 2만9000원.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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