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란 삼산초등학교 교사

학부모 상담주간이 교육청 차원에서 운영된 지 아홉 해 정도 된 것 같다. 처음에는 다들 생소하고 낯설어서 굳이 그런 행사를 만들지 않아도 눈코 뜰새 없이 바쁜 3월인데 뭐하러 상담주간까지 보태나 하는 곱지 않은 시선들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학기 초 학사운영과 맞물려 시간적 부담은 있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학부모 상담 주간 운영을 통해 학생들의 학교생활 적응문제, 학업관련, 교우관계, 자녀교육, 학생이해 및 지도, 정서적인 부분까지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도방법과 정보공유를 통해 학교를 좀 더 이해하고 가정과 학교가 교육공동체로 소통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역할이 큰 것 같다.

학교와 가정이 학생지도에 뜻을 함께 한다는 것은 학생의 성장을 도모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절대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교사가 학생을 이해하지 못하고, 학부모가 학교의 교육방침이나 교사의 학급경영을 이해하지 못해 크고 작은 갈등을 유발한다면 그 사이에 놓인 우리 아이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채 한 달이 안 된 짧은 기간이지만 학생들의 평소 습관이나 행동이 여과없이 그대로 교사의 눈에 전달된다. 어른들처럼 사회적 체면이나 이미지 관리를 위해 의도적으로 꾸미는 행동을 하기 어려운 나이다. 교사는 학생들이 보이는 부적응 사례들을 보면서 그러한 행동의 유발요인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학부모님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보면 그 학생을 지도하는데 많은 힌트를 얻게 된다. 부적응 행동의 원인, 학습부진의 요인, 교우관계 갈등 요인 등 한 달 가까이 서로 불편해하고 불필요한 감정 충돌로 이어졌던 일들이 3월 말에 이루어지는 학부모 상담을 통해 말끔히 해소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학급에서 반사회적 행동을 하는 학생일수록 부모님과의 상담은 효과가 특별하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교사와 학부모가 원인을 분석해보고 지도방침을 공유하고 공통된 합일점에 도달해 ‘공조’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학생의 변화는 생각보다 손쉽게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학부모 상담 주간을 오히려 반기기도 한다.

일주일동안 24건의 전화 및 방문 상담을 경험했다. 업무처리는 물론이고 화장실 갈 여유조차 없이 빡빡한 일정이지만 오롯이 앞으로 지도해야 할 학생에 관해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때론 저녁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기도 하였다. 몇 년 전까지 학부모 상담을 오면서 빈 손으로 오는 것이 허전하다하여 음료수나 커피를 가지고 오는 학부모님들 때문에 상담기간이 더 부담스러운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청탁금지법 덕분에 학부모님과 교사가 동등하고 청렴한 관계로 만나 자녀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학부모 상담의 긍정적 토대를 만들어 주고 있다. 일주일동안의 학부모 상담 결과는 나름 만족스럽다. 학부모님과 소통과 공감이 이루어짐을 통해 교사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빛은 한결 부드럽고 신뢰가 느껴진다. 규칙을 쉽게 어기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게 몸에 습관처럼 밴 학생이 며칠 사이 학습태도가 좋아진 것이 느껴지고 시선에서 친근함이 묻어난다. 올 한해도 아이들과 행복한 학급경영을 통해 즐겁고 뿌듯한 배움이 퐁퐁 샘솟을 것 같다.

이정란 삼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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