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노인 치매 무료검진
조기치료땐 병증지연·호전 가능
가족·이웃의 세심한 관심 요구

▲ 손경숙 울산중구시니어클럽관장 전 한국시니어클럽협회장

노인일자리 활동을 중도 포기한 최 할머니가 또 오셨다. 번번이 찾아와 한바탕 소란을 떨어 업무를 마비시키고 있다. 일주일에 두어 차례, 이번이 여덟 번째 방문이다.

용돈이나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노인의 절박한 실정을 알고 있기에 마음이 쓰인다. 하지만 일자리보다 병원을 연계해 드려야하지 않을까 싶다.

노인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땀방울이 맺히고 목에는 굵은 힘줄이 일어섰다. 책상위에 올려 진 두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나를 왜 쫓아 냈느냐”는 항변이다. 가족들과 두어 차례 면담을 했던 기억도, 당신이 스스로 포기신청서를 작성한 기억도 하얗게 지워버린 모양이다.

동문서답하는 노인을 상대로 쩔쩔매는 담당자를 보다 못해 보호자가 도착할 때까지 노인을 내 방으로 모셨다.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마음이 조금 진정이 되는지 평소처럼 차근차근 가정사를 풀어 놓으신다. 그러나 긴 이야기의 말미에는 친구들이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나만 그만둘 수 없으며, 경제적으로도 어려우니 꼭 활동을 해야겠다는 것이다.

몇 개월 전만 해도 건강하던 노인이 깜박깜박 가까운 기억들을 놓치는가 싶더니 이제는 지난주 논의되었던 중요한 사항도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이곳이 기댈 창구라 생각하시는지, 기어이 당신은 여기서 일해야 하니, 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막무가내로 떼쓰듯 하는 노인에게서 세월의 변화 앞에 속수무책 무력한 우리의 한계를 본다. 그리고 병고, 빈고, 고독고, 무위고와 같은 노인의 네 가지 고통 경감을 지원해야 하는 노인복지기관으로서 역할과 책무에 무거운 마음이 되기도 한다.

정부재정 노인일자리사업이 시작된 지 올해로 14년이다. 처음 시작에 비하면 일자리가 대폭 늘어나고 프로그램도 다양해지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2013년 24만개 일자리에서 2017년 43만7000개로 늘었다. 특히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의지의 변화는 고령사회 대비 건강한 노인상 정립과 활력사회 확산을 앞당기는 고무적인 현상이라 하겠다.

그러나 인구고령화로 인한 참여자 연령이 높아지면서 수행기관들에서는 와상이나 치매 등 노인성 질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참여자 안전관리라는 기관의 어려움은 차치하고라도 조기검진과 치료를 통해 병증을 지연 또는 완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운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향후 5년간 65세 이상 노인인구 약 200만여 명 증가가 예상되며, 평균수명이 2000년 76세, 2015년 81.5세에서 2020년 88.6세로 추계되고 있다. 또 중앙치매센터 연차보고서에는 지난해 65세 이상 전국 노인인구 706만6000여 명 중 치매 환자가 70만2400여 명으로 유병률 9.94%로 나타났다. 노인 10명중 1명이 치매환자로 12분당 1명씩 발생했다는 것이다.

학계는 여러 가지 치매 유발 원인 중 노화로 오는 자연스런 퇴행성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예방을 위해 균형 잡힌 식사와 적절한 운동, 우울을 피하고 즐거운 생각을 많이 하고 술 담배를 멀리하라 조언하고 있다. 그리고 조기 검진과 적극적인 치료로 진행의 지연이나 호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고령사회대비 국가적 지원체계로 65세 이상 노인은 각 구군 보건소나 치매안심센터 등에서 선별검사 또는 진단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필요소견이 있을 시 감별 검사나 치료연계도 가능하다. 건강하고 활기찬 사회를 위해 치매노인에 대한 노인복지기관들의 세심한 관찰과 배려는 물론 가족이나 이웃들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손경숙 울산중구시니어클럽관장 전 한국시니어클럽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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