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양산업 초일류화에 매진
미포만의 기적이 이어지길 기대

▲ 유낭근 울산정보산업진흥원 조선해양ICT창의융합센터장

불모지였던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1972년 현대중공업의 기공식을 시작으로 불과 30여년만에 일본을 앞지르고 세계시장을 호령하는 조선강국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세계적인 리딩기업이었던 코쿰스(Kokums)조선소가 폐쇄되고 여기에 있던 높이 140m, 중량 7000t의 골리앗 크레인이 2003년 1달러에 스웨덴 말뫼에서 울산으로 이전은 세계 조선업계의 패권이 유럽에서 한국으로 이동했다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말뫼의 눈물’과 ‘미포만의 기적’이 희비가 갈린 것이다.

그 후 불과 15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현재의 조선해양산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위기’라는 단어로 집약된다. 세계적인 물동량의 감소로 인한 신조수주 급감, 중국의 약진, 일본의 재도전, 유가하락 그리고 여전히 해외의존도가 높은 조선해양ICT기자재 등으로 최대의 위기상황에 놓여있다. 여기에 글로벌 규제 강화와 기업을 둘러싼 정치와 사회 환경은 호의적이지 않고 제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엄청난 변화 속에서 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대체로 위기는 앞서 감지했지만 적기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문제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다행스럽게 울산은 2014년부터 위에 열거한 위기를 감지해 대처의 필요성을 느꼈고 지역의 산학연관 전문가들은 미래기술을 선택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조선해양 ICT융합 Industry4.0S’이다(4S: Software, Ship, Shipyard, Service). 2012년 독일에서 시작된 인더스트리4.0을 조선해양산업에 응용해 울산의 4차산업혁명 시작을 알린 것이다. 이 사업은 2020년까지 총 1074억원이 투입된다. 내용은 기반조성과 기술개발로 구분되며, 기반조성은 하이테크타운 건립 및 실증장비 구축, 기술개발은 4차산업혁명 선도를 위한 Ship, Shipyard 분야 약 25개 과제다. 울산은 하이테크타운 및 실증센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조선해양산업 재도약에 매진할 예정이다.

하이테크타운은 ‘울산형 실리콘밸리’를 표방하는 울산테크노산업단지 산학융합지구에 들어선다. 지난 3월28일 기공식을 시작으로 내년 7월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상 7층, 지하 1층 규모이며 연면적 약 1만㎡이다. 기업입주실, 교육실, 대강당 등이 들어서며 특히, ICT 품질테스트 및 실증장비 60여종이 설치됨으로서 조선해양에 특화된 ICT융합의 허브가 될 것이다. HW적인 기능보다는 SW기능을 강화해 울산형 실리콘밸리의 아이콘이 되어야 한다. 실리콘밸리는 자타가 인정하는 기술혁신의 요람이며 지금도 이를 주도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자국판 실리콘밸리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수십 개가 넘는 밸리가 조성돼 있다. 대표격인 대덕은 2000년대 초 제2의 실리콘밸리로 칭송받았으나 지금은 5년 밖에 안된 판교가 주목받고 있다. 둘의 최종목표는 비슷하나 현재의 결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판교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역동성이 돋보인다. 2015년 기준 ICT기업 80.6%, 20~30대 72.3%, 높은 매출증가율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판교 입주기업의 매출액은 부산광역시 GRDP와 맞먹는 약 70조원 규모이다. 판교와 실리콘밸리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HW(인프라)보다는 SW(문화)가 강하다. 부산은 동삼혁신도시에 해양관련 대학, 공공기관, 연구소, 박물관 등을 구축하여 세계적인 ‘해양클러스터’를 만들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인프라 구축 중심으로 추진되었으나 앞으로 많은 SW적 요소가 접목되면 성공적인 클러스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은 테크노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조선해양관련 하이테크타운, 장수명기술지원센터, 도장표면처리센터, 실선테스트베드, 엔지니어링센터, SW품질센터, 조선해양미래연구원 등이 들어서고 대학, 연구소와 울산의 강점인 대·중·소기업이 연계되면 명품 ‘조선해양클러스터’가 만들어 질 것이다.

말뫼는 민·관이 모두 힘을 모아 ‘터닝토르소(Turning Torso)’라는 랜드마크를 탄생시킴으로서 ‘말뫼의 부활’을 이루었듯 울산도 조선해양산업 초일류화를 위해 스마트십, 자율운항선박, 무인선으로 이어지는 미래선박기술을 선점하고 조선해양클러스터를 완성해 미포만의 기적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유낭근 울산정보산업진흥원 조선해양ICT창의융합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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