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명림답부는 차대왕을 죽인 뒤 벌어진 고구려의 정치적 혼란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그는 차대왕 때 항시 살해의 위협에 시달려온 왕의 동생, 백고를 새로운 왕으로 염두에 두고 좌보 어지류에게 모든 일을 위임했다. 어지류는 문무백관 소집해 백고를 왕으로 선정했으니 백고가 고구려 8대 신대왕이었다.

신대왕은 왕위에 오른 후, 국상의 관직을 새로 만들어 명림답부를 국상으로 삼아 국무를 관할하게 하고 양맥 부락을 식읍으로 주었다. 신설된 국상이란 관직은 이전까지 고구려 최고 관직인 좌보와 우보를 합친 것이어서 명림답부는 왕에 버금가는 최고 실권자가 되었다. 덩달아 그는 연나부의 부족장인 패자가 되어 나라 안팎의 병마를 맡았으니 연나부는 5부 중 가장 강력한 부족이 되었다.

여기서 명림답부의 삶이 끝났다면 고구려의 사가나 하지왕도 명림답부를 그저 하극상을 일으킨 권력욕에 가득한 자로만 평가했을 것이다.

그의 타고난 지략은 고구려와 후한과의 전쟁에서 나타났다. 후한은 고구려의 왕조교체기의 혼란을 틈타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쳐들어왔다.

신대왕은 신하들을 모아놓고 대응책을 강구했다.

“대신들은 어찌하면 좋겠소? 나가서 맞서 싸우느냐, 아니면 화의를 청하느냐 갈림길에 놓여 있소.”

당시 고구려는 후한과 맞설 상황이 아니었으나 대신들은 고구려의 상무정신에 의탁해 목소리를 높였다.

“마마, 후한의 병사들이 비록 많다 하나 우리가 나아가 싸우지 않는다면 그들은 우리를 업신여기고 비겁하다고 할 것입니다. 비록 화의를 하더라도 수시로 우리를 공격해 괴롭히며 상전 노릇을 할 것입니다. 놈들의 개가 되느니 당장 군사를 내어 요동 벌로 나아가 초전에 적의 주력부대를 까부수어야 합니다.”

대소신료들도 이구동성으로 적과 맞서 싸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왕이 조당에서 이상하게도 침묵을 지키고 있는 국상 명림답부에게 물었다.

“경은 아무런 말이 없는데 어떻게 생각하오?”

“소신은 저들과 의견이 다릅니다.”

명림답부의 말에 문무백관들이 술렁이고 웅성거렸다.

왕이 재차 물었다.

“그러면 화의를 하자는 것이오?”

“소신의 생각은 싸움도 화의도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그러자 문무백관들이 아까보다 더 웅성거리며 명림답부를 ‘예전엔 용감했으나 이제는 노쇠한 말’이라며 비방하기 시작했다.

왕이 명림답부에게 말했다.

“말을 모호하게 하시니 국상답지 않구려. 싸움도 화의도 하지 말자니 무슨 묘안이라도 있는 게요?”

 

우리말 어원연구

일. 【S】ir(이르). 【E】ser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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