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첫 메이저 연장승부

8차전서 퍼팅 실수로 2위

부진 털고 랭킹 3위 도약

▲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자 페르닐라 린드베리(왼쪽)가 준우승한 박인비를 끌어 안고 있다. AP=연합뉴스
‘골프 여제’ 박인비(30)가 ‘1박 2일’ 연장 승부에서 마지막 버디 퍼트를 놓쳐 개인 통산 20승, 메이저대회 8승을 놓쳤다.

하지만 최근 2년간의 부진을 완전히 떨쳐낸 모습으로 명승부를 만들면서 남은 시즌 기대를 키웠고 세계 랭킹도 3위로 도약했다.

박인비는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8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연장 8차전까지 가는 대혈전 끝에 준우승을 거뒀다.

원래는 전날 끝났어야 하는 대회였다.

하지만 페르닐라 린드베리(스웨덴)와 일몰 어둠 속에서 연장 4차전까지 가고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날을 넘기고 말았다.

현지시각으로 오전 8시에 다시 만난 둘은 연장 8차전에서야 우승자를 정했다.

박인비는 경기 내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지만, 생애 첫 우승에 강한 집념을 보인 린드베리에게 영광을 넘겼다.

박인비의 시즌 2승, 통산 20승, 그리고 메이저대회 통산 8승 달성도 다음으로 미뤘다.

박인비는 대회 전 아버지 박건규씨의 ‘갤러리 그랜드 슬램’ 꿈을 이뤄드리겠다고 약속했지만, 1년 후를 기약하게 됐다.

박인비는 이미 5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선수다.

이 대회에서는 2013년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으로 열렸을 때 우승했다. 이후 2015년 ANA 인스퍼레이션으로 대회명이 바뀌었다. 박건규씨는 그 순간에만 딸의 우승 순간을 지켜보지 못했다.

대신 박인비의 부모님과 가족들은 박인비의 ‘완벽한 부활’을 확인하는 값진 선물을 받았다.

박인비는 최근 2년간 허리, 엄지손가락 등 부상에 시달려 시즌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올해는 다르다.

그는 지난달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완벽한 우승을 차지하면서 부활을 선언했다. 컴퓨터 퍼팅이 돋보인 대회였다.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는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과 뚝심이 빛났다.

박인비는 4라운드 17·18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극적으로 연장전에 합류했다. 연장 2차전에서는 해저드에 빠질 뻔한 상황을 겪고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박인비는 “연장전은 예측불가능하므로 내 플레이에 집중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모범답안을 실천해냈다.

박인비는 이날 경기 후 “기회가 있었지만 퍼트가 짧았고 실수가 있었다”면서도 “이번 주 경기에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준우승으로 박인비는 지난주 9위에서 6계단 상승한 3위로 순위가 올랐다. 지난달 LPGA 투어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하며 19위에서 9위로 뛰어오른 박인비는 약 2주 사이에 세계 랭킹을 16계단이나 끌어 올렸다.

지난해 10월 말 이후 줄곧 10위 밖에 머물다가 어느덧 세계 1위 탈환이 가능한 자리까지 만회한 셈이다.

2013년 4월에 처음 세계 1위가 됐던 박인비는 이후 2015년 10월까지 총 92주간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박인비는 또 이번 시즌 상금 순위에서 48만221달러를 벌어 1위에 올랐다.

2위는 46만1036달러의 린드베리다. 이 대회 전까지 상금 1위였던 신인 고진영(23)은 32만8101달러로 5위로 밀려났다.

세계 랭킹에서는 펑산산(중국)과 렉시 톰프슨(미국)이 여전히 1, 2위를 지켰고 박성현(25) 4위, 유소연(28) 5위 순으로 이어졌다. 한국 선수로는 박인비, 박성현, 유소연에 이어 김인경(30)이 7위, 최혜진(19)이 10위에 자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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