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자연의 어우러짐과 생명의 신비로움을 읊은 이수복 시인의 시, <봄비>의 일부다.

내리는 둥 마는 둥 요란하지 않게 잠시 스치듯 내리는 봄비는 우리 곁에 봄을 좀 더 가까이 내려놓고 간다. 봄비는 만물이 생동하는 자연의 양분이기도 하다. 차츰 맑아지기 시작한다는 청명(4일)과 함께 한식(5일), 식목일(5일)이 있는 이번 한주는 좀 더 자연에 귀가 기울여진다.

선조들은 봄의 다섯 번째 절기 청명의 날씨를 보고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점쳤다. 날씨가 쾌청하고 옅은 바람이 불면 풍년이 들고 어획량이 증가하며, 파도가 세게 치면 물고기가 흔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천둥이 치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면 흉년이 든다고 봤다. 우리 선조들은 대체로 청명에 날씨가 맑아야 한해를 아무 탈 없이 보낼 수 있다고 여겼는데, 식목일이 청명 즈음에 지정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지구의 평균기온이 오르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가 분석한 ‘1941~2017년 서울·강릉·광주·대구·부산·제주 6개 도시의 식목일 평균 기온’을 보면 1940년대에는 제주를 제외한 5개 도시에서 10℃를 밑돌았으나 1970년대 이후에는 10℃를 훨씬 웃돌았다.

서울의 경우는 지난 10년간(2008~2017년) 식목일 평균 기온(10.4℃)이 1940년대 평균 기온(7.9℃)보다 2.6℃나 올랐다. 1940년대 식목일 평균 기온이 최근에는 3월 중·하순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산림과학원의 분석 결과 나무 심기 적당한 평균기온이 6.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따지면 울산은 3월15일이 나무심기에 적합한 날인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앞당겨진 나무심기, 우리가 나무심기에 더욱 열을 올려야 하는 이유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소나무 한 그루는 연간 5㎏의 CO2를 흡수한다. 수목의 생리적 특성을 고려해 적정한 시기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이야말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최상의 처방이 될 것이다.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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