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산업 침체 장기화로

신규공구·기계 구입 줄여

주문·매출 20%이상 하락

▲ 조선업종 등 경기 침체속에 울산시 남구 삼산동 공구상가도 매출이 급격히 줄어드는 등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조선과 자동차 등 울산지역 주력산업 침체가 수년째 장기화되면서 중소기업에 각종 공구와 기계류를 공급하는 지역 공구상도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공구상의 주 거래처인 중소기업들이 만성적인 일감 부족에 시달리면서 설비 유지를 위한 소모성 자재 구입 외에 신규 공구나 기계 구입을 대폭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찾은 울산 남구 삼산동 공구월드상가의 170여개 점포와 주변 상가에는 가게마다 공구와 자재를 사러 온 손님들이 간간히 드나들 뿐 한산한 모습이었다. 점포마다 각종 공구와 기계 관련 부품, 자재들을 가게 입구까지 진열해 놓고 손님들을 기다렸지만, 출입문을 굳게 닫은 채 손님이 찾아오기만 기다리는 점포들이 많았다.

20년 넘게 이 곳에서 기계공구 전문점을 운영해 온 서은영(여·44)씨는 “단골 거래처 가운데 동구지역의 조선관련 업체들이 많았는데 주문 물량이 크게 줄면서 매출이 20% 넘게 하락했다”면서 “조선관련 업체들은 주문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다른 업체들도 제품 단가가 낮은 소모성 자재 외에는 구입을 꺼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구 등 관련 자재를 일괄 구매하는 대기업과는 달리 공구상가의 주 거래처인 지역 중소기업들은 필요할 때마다 공구나 각종 기계류를 구입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때문에 경기 침체 여파로 공구제품 판매가 크게 줄면서, 공구 수리점을 운영하는 업체들도 고스란히 영향을 받고 있다.

에어공구 판매와 수리점을 운영하는 배석만(53)씨는 “10여년 전부터 공구점을 운영해 왔지만 요즘만큼 어렵기는 처음이다. 2~3년새 매출이 절반 이상 떨어졌다”면서 “이곳 공구상가 거래처는 중소기업이 대다수인데 조선, 자동차할 것 없이 협력업체들이 일감부족에 시달리니 공구 구매나 수리도 뜸 한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일반 개인 소비자를 비롯해 지역 중소기업에 컴퓨터와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100여개 컴퓨터 전문 업체들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공구상가에서 10년 넘게 컴퓨터 전문점을 운영해 온 한 상인은 “경기가 어렵기 전에는 기업체 주문량이 많아 기업체 주문과 개인손님 비중이 8대2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신규 창업도 줄고 기존 거래처도 신규 채용을 줄이다보니 5대5 정도로 달라졌다”면서 “2~3년 전보다 매출은 30% 이상 떨어졌다”고 말했다.

엄말섭 울산산업공구월드 번영회장은 “최근 울산이 건축 경기도 좋지 않은데다 중소기업들도 일감 부족에 설비 투자를 하지 않다보니 공구상들도 덩달아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혼자 영업을 하는 업주들도 많다”면서 “지자체에 대기업의 지역 투자 활성화와 함께 공구나 자재 구매시 지역 업체 구매를 늘릴 수 있도록 건의했지만 여의치 않은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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