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지역에서 공천과 관련한 내홍이 불거지고 있다. 공천 과정의 홍역은 어느 선거를 불문하고 있어 왔다. 여론조사 등의 객관적 잣대 없이 당에서 단수 후보를 일방적으로 공천하는 경우 탈락한 후보가 그 결과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의 입장에서 보면 효율성·비용·결집력 등 여러가지 정치적 해석에 따른 결정이겠지만 자발적으로 정한 규정에 대한 외면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치는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하다. 타협과 협상은 정치의 중요한 도구다.

더불어민주당은 시장후보 공천에 대한 후유증이 만만찮다. 송철호 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과 임동호 전 시당위원장, 심규명 변호사 등 3명이 경쟁하던 민주당의 시장후보는 지난 3일 면접심사를 거친 뒤 경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으나 곧바로 송철호 전 위원장을 낙점했다. 이에 반발한 임동호·심규명 두 예비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재심 신청을 예고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송철호 예비후보는 1996년 이후 5차례나 입당과 탈당을 반복했기 때문에 ‘당 정체성이 의심되는 자를 단수로 선정해서는 안된다’는 당헌당규를 위반했다.” 당이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부작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 부작용이 당내부 문제로 끝난다면 다행이겠으나 혹여 또다른 공직이라는 ‘당근’으로 탈락 후보를 달래는, 집권당의 권력남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지 걱정이다.

자유한국당은 울주군수 후보 공천이 논란이다. 김기현 시장후보에 이어 중구 박성민, 남구 서동욱, 동구 권명호, 북구 박천동 등 4개 기초단체장 후보를 모두 현직으로 공천했으나 3선제한에 걸려 무주공산이 된 울주군수 후보는 오리무중이다. 후보도 난립인데다 시당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정갑윤)와 강길부(울주군) 국회의원, 김두겸 전 당협위원장간 힘겨루기가 주요 원인이다. 이들이 공천신청자 가운데 3명을 제각각 지지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국 중앙당에 공천권을 위임하고 말았다. 당헌은 ‘자치구·시·군의 장(가초단체장)후보자는 시·도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심사와 국민참여선거인단대회 등 상향식 추천방식을 통해 선정하고 시·도당 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최고위원회의의 의결로 확정되며 당 대표가 추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설사 공천경쟁이 치열하다고 해도 ‘상당한 조건’을 갖춘 후보가 있다면 전략공천도 가능하다. 힘겨루기를 하던 그들 말대로 ‘정치적 오해를 받지 않는’ 방법이 중앙당 위임 뿐인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어느 때보다 지방자치가 중요한 가치로 등장하고 있는 시점이다. 제1야당인 공당이 기초단체장 후보조차 결정하지 못해 중앙당에 위임한대서야 어떻게 지방분권을 주장할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규정을 정하는 것도 그것을 지키는 것도 결국 정치의 신뢰를 높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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