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승희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가천대 초빙교수

문재인 정부가 2017년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5대 국정목표 중 하나로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균형발전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국가의 책무이자 기본권이다. 우리 헌법 제123조의 제2항은 “국가는 지역간 균형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간 격차와 폐해는 심각한 양상이다. 전 국토면적의 12%인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0%가 집중되어 있는데, 이는 지난 1960년(21%)에 비하면 여간 높아진 게 아니다. 수도권에 1000대 기업 본사의 74%가 집중돼 있다.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향후 30년 내 226개 시군구 중 37%(85개)가 소멸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제 국가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나 사회통합을 위해 지역균형발전이 긴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본·프랑스·영국 등 많은 선진국의 경우에도 경제침체와 지역 쇠퇴화로 주민의 소득과 고용, 삶의 질이 뒤지고 있는 낙후지역에 대해서는 지원정책을 강화하는 추세다. 일본은 인구감소, 고령화 대응을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는 지자체 대표와 국가 대표간 계약, 그리고 지역별 차등지원에 기반한 제6차계획계약제도(2015~20년)를 시행 중인데, 사업계획 수립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해 지역 자율성을 보장하되 중앙-지역간 계획계약(포괄지원협약)을 통해 소요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하고 있다. 영국은 특히 2014년부터 지자체와 지역기업 간의 협의체인 지역민관협의체(Local Enterprise Partnership)와 중앙정부간 협상을 통해 지원사업규모를 결정하는 지역성장 협상(Local Growth Deal)·분권협상(Devolution Deal)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렇듯, 주요 선진국들은 지속가능한 경제발전과 사회통합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국가균형발전에 부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난 수년간 지역균형발전 시책을 보면, 노무현 정부는 과거 중앙집권 집중시대에서 지방분권·지방분산 시대로 나아가는 전환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공공기관의 물리적인 지방이전에 주안을 둠에 따라 지역주민 삶의 질 향상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지역간 균형발전 자체보다는 지역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두었다. 하지만 지역발전위원회의 예산 사전조정 의견권한 약화 등의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행복생활권 지역발전정책 등을 통해 주민 체감도를 높이려고는 했으나, 미시적 생활권 문제에 치중해 광역권 발전전략 등이 미흡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분권·포용·혁신의 가치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국가균형발전 패러다임으로의 대전환을 통해 지역이 국가적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고 국민 모두가 어디서나 골고루 잘사는 나라로 도약하도록 하자는 기본전략을 제시해 놓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실행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무엇보다 국가균형발전법 개정을 통해 다음과 같은 내용의 균형발전 지원체계를 정립한 점이 특징이다. 첫째, 기존 지역발전위원회를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컨트롤타워로서의 영향력과 위상을 강화하고자 했다. 앞으로 한 해 10조원 규모의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 편성 과정에서 예산당국은 국가균형발전위의 의견을 감안하여 정부예산안을 배분·조정·편성해야 한다. 둘째, 지역고유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한 국가균형발전 정책 추진을 위해 시도가 주도하는 지역혁신체계가 가동되도록 돼있다.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대학, 기업 등 관련기관이 참여하는 지역혁신협의회가 시도별로 설치돼 시도 발전계획과 지역혁신체계 평가·개선방향을 심의하는 것이다. 셋째, 지역의 새로운 혁신성장 거점으로서 국가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넷째, 시도에서 지역 실정에 맞는 사업계획을 자율적으로 수립하면 부처가 계획의 실행을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포괄지원 협약제(계획계약 제도)의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 아무쪼록 문재인 정부에서는 보다 강력해진 이러한 정책적 실행체계를 바탕으로 당면한 지방 멸실, 지역산업 쇠퇴 등의 문제를 역대 어느 정부보다 슬기롭게 해결해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균형발전 비전을 이루어가길 기대해 본다.

한승희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가천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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