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 오류 사고는 전산 시스템에 ‘주당 1천원’을 ‘주당 1천주’로 잘못 입력한 데서 시작됐다. 작은 실수지만 파장은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국내외 증시에서는 이와 같은 ‘팻핑거(fat-finger) 오류’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천문학적 금액이 오가는 시장에서는 사소해 보이는 실수만으로도 증권사가 문을 닫는 등 파국으로 이어지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한맥투자증권의 파산은 대표적인 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맥투자증권은 선물 옵션 만기일이던 2013년 12월, 코스피200 12월물 콜옵션 및 풋옵션에서 시장 가격보다 현저히 낮거나 높은 가격에 매물을 쏟아냈다.

나중에 밝혀진 사고 원인은 이자율 입력 오류였다. 옵션 가격의 변수가 되는 이자율을 ‘잔여일/365’로 입력해야 하는데, ‘잔여일/0’으로 입력하자 주문 PC는 모든 코스피200 옵션에서 차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 터무니없는 가격에 매수·매도 주문을 낸 것이다. 

주문 실수로 한맥투자증권이 입은 손실액은 462억원에 달했다. 

당시 한맥투자증권의 실수 덕에 돈을 벌었던 일부 증권사는 이익금을 돌려주기도 했지만, 가장 많은 이익을 가져간 싱가포르의 한 업체가 400억원에 가까운 이익금을 돌려주지 않았고, 결국 한맥투자증권은 문을 닫았다. 

우리 증시에서는 올해에도 주문 실수로 인한 손실이 발생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2월 초 장 시작 전 코스피200 옵션의 매수·매도 주문 착오로 잘못 보낸 거래 주문이 체결되는 바람에 무려 62억의 손실을 봤다. 이는 케이프투자증권이 지난해 번 당기순이익(135억원·개별)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일본에서 발생한 황당한 주문 입력 실수도 ‘팻핑거 오류’의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2005년 당시 일본의 대형 증권사 미즈호증권의 한 직원은 61만 엔짜리 주식(제이콤) 1주를 팔려다가 이 주식 61만주를 1엔에 내놓는 대형 사고를 쳤다. 컴퓨터가 ‘하한가보다 가격이 낮다’는 경보를 냈는데도 직원은 이를 무시했다고 한다. 

이 주식은 즉시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이 영향으로 도쿄 증시도 폭락했다. 닛케이 평균주가가 300엔이나 떨어졌는데 당시 기준으로는 역대 3번째로 큰 낙폭이었다.

문제는 ‘제이콤’의 주식 총수가 1만4천500주뿐이라는 점이었다. ‘가공의 주식’을 61만주나 팔아치운 미즈호증권은 이를 회수하기 위해 다시 막대한 비용을 써야 했다.

직원의 실수로 이 회사가 부담한 손해는 약 400억엔(약 4천억원)에 달한다.

일본 증시에서는 2014년에도 무려 67조7천800억 엔 규모의 주문 실수가 발생했으나 주문이 곧바로 취소돼 대형 사고를 피했다. 당시엔 증권사 직원이 거래량과 가격을 오인했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2015년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는 헤지펀드와 외환거래를 하면서 신입사원이 60억 달러(약 6조원)을 잘못 입금했다가 되찾기도 했다.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하이량(海亮)교육은 주가가 10.18달러에서 19만9천999.99달러까지 2만배 가까이 치솟았다가 거래가 모두 취소되기도 했다.

2016년 갑작스러운 영국 파운드화의 6% 가까운 급락 사태 역시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주문 실수가 원인 중 하나로 파악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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