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완벽할수 없다는 인식갖고
타인 시선 버리면 평안·자유 찾아
과거 집착 않는 삶의 태도도 필요

▲ 박기준 변호사·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남을 의식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타인과의 관계를 중요시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함에 있어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할지를 늘 생각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명예, 자존심 등이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기둥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양반은 얼어 죽어도 곁불을 쬐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다. 지조와 자존심을 지키는 기개는 칭송할 만하나 지나치게 체면을 중시하는 허영심으로 보기도 한다. 어느 정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그에 따라 적절히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우리의 존재 의미와 성공적인 삶에 대한 판단이 결국 사람과 사람사이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인의 생각에 매몰되어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은 타인으로부터 끊임없이 반복된 거짓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세뇌되어 자신의 중심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처세술 잠언(Aphorismen zur Lebensweisheit)>에 사형수의 명예욕과 허영심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소개돼 있다. 사형수가 극형에 처해지는 자신의 부끄러운 마지막을 보러온 관중들이 지켜보는 교수대앞에서, 그들에게 말할 작은 설법을 생각해내어 외우려고 하거나 사형대 앞에 선 자신이 구경꾼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그들의 뇌리에 어떤 인상을 심어 놓을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한다는 것이다.

죽음을 맞아 영혼의 구원을 위해 바쳐야 할 마지막 시간을 축내가면서 관중들에게 행할 설법을 외우고, 구경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고민하는 모습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실제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의 본질보다 남이 자신에 대하여 어떻게 평가할지를 더 깊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극단적인 명예감이나 허영심이지만 타인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자 하는 나약한 인간의 본성에서 나오는 행동이라 하겠다.

타인이 지나가면서 툭 던진 말 한마디에 전전긍긍하는 경우도 얼마나 많은가. 공명심에 상처받거나 무시당하게 되면 모욕감을 느껴 심각한 타격을 받고, 반대로 자신이 자랑으로 삼고 있는 분야에서 칭찬이라도 받게 되면 입에 발린 거짓말이라 하더라도 얼굴이 밝아진다. 실제 불행하더라도 타인이 찬동하고 갈채를 보낸다면 위안으로 삼는 것이다.

칭찬을 갈구하는 마음은 하찮은 일에 꺾이기도 하고 일어서기도 하는데 이는 타인의 마음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는 것은 열등감의 발로일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어느 정도의 열등감은 자극제가 되어 적절한 우월감으로 성장할 수 있지만 부정적이고 패배적인 열등감은 우월감 콤플렉스라는 일종의 병리 현상으로 본다.

그런데 우리가 실제 생활에서 지독하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정도로 그 사람은 나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말 현명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삶을 살기도 바쁜데 어리석게 남에 대하여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아니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남의 평가에 연연하는 허영심을 버리고 자존감을 지켜 나가는 것이 마음에 평안과 자유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완벽할 수 없다는 인식을 제대로 하고, 미움받을 용기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에 집중하고, 과거에 집착하지 않는 삶의 태도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박기준 변호사·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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