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성금·진로상담·집수리봉사등
건축인 자원봉사·사회공헌 발판
더불어 사는 행복한 울산 됐으면

▲ 손진락 (주)화성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전 울산광역시건축사회 회장

지난해는 건설경기 악화와 산업불황으로 인한 경기 침체로 더욱 추운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조선업 경기 침체는 자동차산업의 불황으로 이어졌고 포항지진의 여파는 고스란히 민생지수 악화로 반영되었다. 2017년 울산의 건축허가 통계에서도 공장 건축을 위한 설계가 60% 이상 감소, 산업 근로자와 주변상권의 어려움을 짐작케 하고 있다.

필자는 한국 외환위기 이후 호황을 누리던 건설경기가 끝없는 침체로 접어들었던 세대의 가장이자 건축사로 요즘 다시 ‘IMF’라는 글자가 생각날 만큼 줄어든 건축 설계 요청에 경기 불황의 현실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아마 대부분의 건축사들은 필자와 같은 느낌을 받고 있을 것다. 또 모든 직업군이 힘들다고 할 만큼 호황을 누리는 종목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혹자는 함께 지갑을 닫고 잔뜩 움츠리고 사는 것이 옳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주목할 것은 역사적으로 불황과 역경의 시간에 스스로를 준비한 사람들이 바로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일감의 감소로 어려운 반면에는 시간적 여유가 발생, 새로운 환경에 대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황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준비해야 할까?

필자는 자기계발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20여년전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이사로 봉사활동에 참여한 소중한 기억을 떠올렸다. 그 이유는 당시 봉사를 통해 비로소 더불어 나누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다시 품게 되는 것을 개념적 이해가 아닌 마음으로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틈틈이 활용해 남들에게 나누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가장 뜻깊고 소중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필자는 2015년 울산광역시건축사회 회장으로 출마를 하면서 건축사의 자원봉사 활성화와 지역복지 발전 및 사회공헌을 공약했다. 물론 평소 몸에 배어있지 않은 봉사를 시작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고 여유를 가질 만큼 많은 직원을 두고 운영하는 건축사 사무소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자원봉사단을 모집하고 보니 개인적으로 타 단체에서 봉사활동하는 건축사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었다. 다른 한편에서 남모르게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 온 것이다.

건축사들은 매년 어려운 건축 학도를 위해 장학금 전달과 이웃사랑나눔 성금전달, 초·중·고 학생 진로상담, 그리고 어린이건축교실 운영 등을 통해 봉사활동을 하였으며, 2015년 울주군 대형 산불로 주택을 잃은 시민들에게 무료설계도 지원하였고 이번 포항 지진시에는 자원봉사단과 재난대책반으로 구성된 건축사들이 건축물 피해 조사를 지원했다.

특히 2016년부터 시작한 저소득층과 다문화가정을 위한 사랑의 집수리봉사는 우리 건축사들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하였다. 작은 돈을 모아 어려운 시민들의 노후된 주택에 창호나 주방기구 또는 화장실, 샤워실 개조 등을 통해 따듯한 겨울을 지낼 수 있게 되는 것을 보는 것으로도 행복을 느낀다는 건축사들의 소감은 자원봉사가 진정 뜻깊은 일임을 알게 되었다.

지난해 울산시와 건축사회가 공동 주최한 제1회 울산건축문화제와 세부사업인 건축시민대학 역시 건축사가 가진 역량을 시민들에게 나눔으로 건축이라는 자산의 중요성과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가슴에 스며들도록 해 어려운 시기에 건축으로 하여금 울산도 문화도시로 탈바꿈하는 동기를 부여했다. 올해도 남구 건축문화제를 시작으로 울주군 건축문화제, 제2회 울산건축문화제로 이어지는 건축인의 자원봉사와 사회공헌이 발판이 돼 밝고 행복한 울산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 본다.

현재 전국의 자원봉사자 수가 1200만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울산 또한 약 120만명의 시민중 30만명 정도가 자원봉사자로 등록돼 있으니 참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시민들로 구성된 도시라고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고난과 역경을 이기는 것은 부와 명예가 될 수도 있지만 더불어 나누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다시 품게 되는 것이야 말로 우리 스스로를 일어서게 하는 원천적인 힘이라고 필자는 믿고 있다.

손진락 (주)화성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전 울산광역시건축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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