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상록수림 명성 무색

▲ 목도는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등 상록 활엽수가 많아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관리 중이다. 지난 1992년부터 2021년까지 공개 제한 조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섬 주변을 시작으로 낙엽 활엽수가 세력을 확장하고 있어 관리 대책이 시급하다. 사진은 목도 전경. 드론촬영=이창균기자 photo@ksilbo.co.kr

울산 울주군 온산 앞바다의 작은 섬 목도(目島)는 동해안에서는 유일하게 상록수림이 자라는 섬이다. 섬 곳곳에 자생하는 동백이 특히 유명해 울산은 물론 영남권 상춘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유명 관광지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잦은 출입과 인근 공단의 공해로 생태계가 훼손돼 1992년부터 2021년까지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본보는 목도상록수림의 현황과 출입 통제에 따른 관리의 적절성, 제한 개방의 필요성과 활용방안 등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병해충에 고스란히 노출탓
섬중앙 곰솔 대부분 사라져
우점종 후박나무 생장 이상
낙엽활엽수종에 자리 내줘
“문화재 적절한 개입 필요”

면적 1만5704㎡ 규모의 목도는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다정큼나무, 사철나무 등 상록활엽수가 주로 자생해 지난 1962년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65호(목도 상록수림)로 지정됐다.

천연기념물을 관리하는 문화재청은 목도 상록수림의 훼손이 가속화되자 지난 1992년부터 20년간 ‘문화재 보존과 훼손 방지’를 위해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했다. 이후 문화재청은 이 조치를 10년 연장해 2021년까지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람의 발길을 철저히 차단함에 따라 한때 회복세를 보이던 목도 생태계는 최근 10년간 다시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동백 개체 수 급감…우점종 변화

문화재청의 출입허가를 얻어 지난 6일 입도를 앞두고 선착장에서 바라본 목도와 섬 내부 안내판 사진 속 목도는 같은 섬이 맞나 싶을 만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섬 중앙에 높게 솟았던 곰솔은 대부분 사라졌고, 곰솔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무성했던 상록수림은 높이가 한층 낮아져 있었다.

섬 안에서 살펴본 목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섬을 대표하며 한때 400그루가 넘었던 동백은 100그루 수준으로 급감했다. 오래된 동백들은 그나마 안정적인 생장을 보이는 반면 어린 동백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동백 수의 감소에 대해 “두터운 낙엽층 위에 떨어진 동백 씨앗을 쥐들이 갉아먹어 제대로 발아하지 못했고, 각종 덩굴들이 동백을 타고 올라가 광합성을 방해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섬 곳곳에서 쥐가 파먹어 속이 빈 동백 씨앗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병해충에 후박나무 이상 성장도

목도의 우점종인 후박나무도 비정상적인 생육을 보이고 있었다. 오래된 후박의 최상단부는 잎이 없이 가지만 앙상했고, 아래에서는 맹아현상(나무 기둥 아래에서 새 순이 돋아 자라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새로 뿌리를 내린 어린 후박들은 제대로 햇빛을 보지 못해 대나무처럼 가늘게 자라고 있었다.

후박나무의 생장 이상은 제주집명나방이라는 병해충 때문이다. 제주집명나방은 후박나무의 새순을 갉아먹고 사는데 광합성을 담당해야 할 상층부의 잎사귀가 사라지면서 나무가 스스로 생존을 위해 맹아현상을 일으켜 기형적인 성장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섬의 높이가 전반적으로 낮아진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후박나무의 상층부 잎사귀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섬의 중앙부에 많이 자랐던 곰솔은 2011년 이후 솔껍질깍지벌레 때문에 상당수가 고사했다. 섬 곳곳에는 파쇄목 무더기가 방치되고 있는데 추가 발병 우려도 제기됐다.

◇섬 주변 낙엽수 관리대책 필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섬 주변에 벚나무와 팽나무, 등나무 등 낙엽 활엽수종이 세력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섬 주변을 장악한 낙엽 활엽수들은 점차 섬 내부로 세력을 확장, 상록수종이 고사한 자리를 물려받으며 상록수림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바닷바람에 강한 팽나무의 침투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지구 온난화로 난대성 상록수림의 북방한계선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자칫 관리 부실이 겹칠 경우 목도 상록수림이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우규 울산생명의숲 이사장은 “생태계의 자연적인 도태와 번성에 대해 인위적으로 간섭할 필요가 없지만 목도 상록수림은 국가 지정 문화재인 만큼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라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낙엽 활엽수들의 세력을 일정 수준 이하로 조절해 상록수림의 쇠퇴를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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