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된 차량 처분하려다 피소…빚 독촉 시달리고 수도·전기료 체납
생활고 극심…압류된 기본 자산 때문에 양육수당 10만원만 지원받아

숨진 지 2개월여 만에 발견된 충북 증평 모녀는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네 살배기 딸과 함께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40대 여성은 남편과 사별한 후 올라앉은 빚 독촉에 시달렸던 데다 사기 혐의로 피소까지 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신용카드와 아파트 임대료가 연체되는 막다른 상황에서 경찰 수사까지 받게 될 처지에 놓이면서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렸던 것으로 보인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6일 네 살배기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된 A(41·여)씨는 최근 2건의 사기사건 피의자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A씨에게는 차량 3대가 있었다. 지난해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남편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트럭 2대와 SUV 차량 1대다.

A씨는 여동생을 통해 지난해 12월과 1월 두 차례에 걸쳐 트럭과 SUV 각 1대를 중고차 매매상에게 팔았다.

그러나 대부업체에 압류가 잡혀있던 SUV 차량이 문제가 됐다. 압류로 A씨 차를 처분할 수 없어 1천500만원을 날리게 된 중고차 매매상이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3천400만원의 대출금을 갚지 못해 대부업체로부터도 피소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임대 아파트를 비롯해 모든 재산이 압류되고 어린 딸 탓에 돈을 벌 수 없었던 A씨는 이 차량을 팔아 생활비를 마련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심마니 생활을 하던 남편과 사별하면서 생활이 궁핍해지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과 함께 갚아나가던 1억5천만원가량의 부채를 홀로 떠안게 된 것이다.

주변에는 도움을 기대할 만한 친인척도 없었다. 친정어머니는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났고, 언니가 한 명 있지만 외국에 거주했다.

시댁과는 남편이 숨진 후 사실상 왕래가 끊겼다.

달리 직업이 없던 A씨에게 고정 수입이 있을 리 만무했다. 

딸과 함께 사는 보증금 1억2천900만원에 월 임대로 13만원인 32평 임대 아파트와 상가보증금 1천500만원, 차량 3대가 있었지만 당장 수중에 돈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확인 결과 A씨는 아파트 월세와 관리비를 수개월간 미납한 상태였다. 건강보험료 5개월치(35만7천원), 가스비 6개월치(약 9만원)도 밀렸다.

A씨 모녀의 시신을 발견됐을 당시 아파트 우편함에는 카드 연체료와 수도요금·전기료 체납고지서가 수북이 쌓여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극심한 생활고에 돈을 마련하려던 선택이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로 이어지자 A씨의 심리적 압박감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증평군 관계자는 “사업이 원활하지 않아 남편이 숨진 뒤 모녀도 생활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본 자산 때문에 매달 10만원의 아동양육수당 외에는 달리 지원받는 것도 없었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 6일 오후 5시 18분께 증평군 모 아파트 4층 자신의 집 안방에서 딸(4)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A씨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유서에는 “남편이 숨진 후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 혼자 살기 너무 어렵다. 딸을 데려간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A씨 모녀의 사망은 관리비 연체가 계속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의해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씨에 대한 1차 부검에서 “경부 자창 및 약물 중독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내놨다.

경찰은 “A씨의 몸에서 주저흔이 발견된 점 등을 고려할 때 독극물을 먹고 흉기로 자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주저흔은 자해할 때 망설인 흔적으로, 자살자의 몸에서 흔히 발견된다.

A씨의 딸(4)은 부패 정도가 심해 추가 검사를 통해 사망 원인을 밝히기로 했다.

A씨 모녀의 사망 시점도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A씨의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에 수도사용량이 작년 12월부터 ‘0’인 점 등을 고려해 2∼3개월 전 숨졌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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