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예술관 ‘선우예권 독주회’

▲ 지난 9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현대예술관에서 독주회를 가졌다. 탁월한 리듬감과 절묘한 감각을 보여준 그의 연주에 관객들의 갈채가 이어졌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후
전국 순회의 마지막 일정
부산·대구서도 관객 찾아와
완벽한 리듬감·멜로디 선사
폭풍같은 연주에 갈채 빗발
뜨거운 반응에 앙코르 이어져

그의 열손가락이 음악홀의 모든 관객을 홀렸다. 2시간여 리사이틀이 끝났지만, 청중은 결코 그를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지난 9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현대예술관에서 독주회를 가졌다. 이날 울산무대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처음으로 가진 전국순회연주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아쉬움 때문인지 울산 뿐 아니라 대구와 부산 등 타지역 음악애호가들까지 공연장을 찾아왔다.

1부 곡목은 호주 작곡가 퍼시 그레인저가 편곡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중 ‘사랑의 듀엣’과 슈베르트 ‘4개의 환상곡’이었다. 감정을 터트리지 않고, 절제된 힘으로 진중하게 이끌었다. 하지만 그의 연주는 인터미션 이후 180도 달라졌다. 브람스의 ‘소나타 2번’은 연주가 이어지는 내내 그 누구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도록 폭풍같이 휘몰아쳤다. 열정과 기교는 다음 곡인 라벨의 ‘라 발스’에서 절정을 이뤘다. 그의 손은 80여개 건반 위를 눈이 따라잡지 못할 속도로 내달렸지만, 손끝에서 튕겨 진 또렷한 타건은 청중들의 귓속에 정확하게 꽂혔다. 숨가쁜 소용돌이 속에서도 건반과 손가락은 하나 된 듯 완벽을 추구했다. 연주가 끝난 순간, 청중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콩쿠르를 전전하며 뚝심있게 버텨 온 그의 외길을 우렁 찬 갈채로 위로했다.

준비한 레퍼토리를 모두 마치고도 그는 무대를 떠날 수 없었다. 그를 보내지 않으려는 박수가 끊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리스트의 ‘헝가리안 랩소디 no 12’, 그린펠트 ‘박쥐 주제에 의한 빈의저녁’, 차이코프스키의 ‘10월’ 등 관객들을 달래는 앙코르가 무려 5곡이나 이어졌다. 앙코르 연주는 ‘반응이 너무 좋아’ 계속 이어졌고, ‘이번엔 정말 마지막’이라는 ‘호소’와 함께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로 겨우 마무리됐다.

탁월한 리듬감과 절묘한 타이밍 감각을 보여준 그의 연주는 마치 뛰어난 배우의 모노드라마를 떠올리게했다. 그의 연주는 손가락 뿐 아니라 페달을 밟는 두 발과 호흡따라 격동하는 허리와 어깨 등 온 몸으로 완성됐다. 오랜 세월 기량을 닦고 경험을 쌓았던 그에게 세계 권위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우승은 당연한 일이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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