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먹는물’ 확보는 울산의 가장 시급한 문제다. 특히 지난해부터 울산시민들은 어느 때보다 비싼 물을 먹고 있다. 건조한 날씨로 인해 울산의 식수댐이 말라버려 낙동강 원수를 예년에 비해 더 많이 사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비용부담도 문제이지만 그 보다 더 심각한 것은 수질에 대한 신뢰다. 1991년 ‘페놀사건’ 이후 낙동강물에 대한 신뢰도는 지극히 낮다. 낙동강 100리 주변에는 마을과 공장이 즐비하기 때문에 비슷한 수질 오염사건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낙동강물 의존도가 높아지는 만큼 울산시민들의 불안도 높아지는 이유다.

울산의 ‘물문제’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와 맞물려 시장선거는 물론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까지 단골메뉴가 되고 있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식수댐인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는 바람에 지난 가뭄에 댐이 바닥을 드러냈다”며 문화재청에 원상복구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암각화 보존과 식수문제를 연계해서는 안된다면서 무조건 사연댐 수위를 낮추어 암각화부터 보존해야 한다는, 또다른 목소리도 만만찮다. 지역갈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 후보들은 암각화 보존과 물문제에 대한 명확한 공약을 제시하고 4년내 종결은 못하더라도 최소한 해결의 실마리는 찾아야 할 것이다. 암각화 보존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사연댐 수위를 낮추어서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암각화 보존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만한 사람은 안다. 운용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가 식수문제 해법만 명확히 제시하면 우선 사연댐 수위 조절에 합의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12일 더불어민주당의 울산시장 예비후보인 송철호 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은 해양산업 부문 공약을 제시하면서 ‘해수전지기반 해수담수화사업’으로 물부족을 해결하면서 새로운 에너지도 얻겠다고 밝혔다. “2023년까지 총 1000억원을 투입해 해수전지 기술 규모화와 경제화를 위한 기술 고도화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송 예비후보는 앞서 영천댐에서 물을 끌어오는 방안도 제시한 바 있다.

송 예비후보는 물론 다른 시장 후보들도 선거공보물에 물문제 해결 방안을 반드시 공약으로 적시했으면 한다. 예산 확보 방안을 비롯해 구체적 방법과 수량, 그에 대한 정부·정당의 의견까지 확인해서 제시해야만 할 것이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는 유권자들의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지난 가뭄을 겪으면서 맑은 물은 울산시민들에게 가장 예민한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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