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한 시민장애인주간보호센터장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무릎 꿇고 결의를 보이기 위해 삭발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지난해 9월에 한 초등학교에서 장애아이를 둔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었다. 동네 주민들이 특수학교는 혐오시설이고 집값이 내려간다고 설립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2일은 세계 자폐인의 날이었다. 209명의 어머니·아버지들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며 삭발했다.

장애 부모들이 바라는 것은 ‘평범하게 살고 싶다’이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이 평범하게 교육받고, 생활하고, 죽음을 맞이하기가 여전히 어렵기 때문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잘라내야 했다.

장애인의 날이 되면 장애인을 대상으로 했던 인권수업이 생각난다.

수업 중에 장애라서 생활하기 어떤지 물었다. 장애라서 이해하기 어렵고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마지막에 가슴을 철렁하게 하는 한마디가 있었다.

“미안해요…” “장애라서 가족에게 미안해요.” 마흔 중반의 지체장애 학생의 마음이 느껴져서, 교사와 학생이 모두 안쓰러워서 눈물을 흘렸다.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우리나라는 1970년 국제재활협회에서 재활의 날을 정하도록 권고하여 1972년에 4월20일을 ‘재활의 날’로 지정했다. 이후 국제연맹(UN)이 ‘세계 장애인의 해’로 지정한 1981년을 제1회 장애인의 날로 정하고 기념했다.

장애인의 날은 UN이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무너진 인권을 바로 세우기 위해 만든 세계 인권선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세계 인권선언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차별받는 사람들을 옹호한다.

장애인의 날이 되면 장애인을 이해하고 배려하자는 의미의 행사가 열린다. 대부분 이해와 배려가 생각에 머물러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나는 고작 한번 해봤을 뿐이다>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갑자기 생각난 한 정거장 걷기를 바로 실천하면서 삶이 바뀌었다고 한다. 생각나는 것을 바로 실천하면 삶과 생각을 바꿀 수 있다.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서 삶의 가치를 바꾸는 제안을 해본다. 근처에 있는 복지기관을 찾아서 자원봉사를 시작하자. 가능하다면 자녀와 동행하여 봉사하기를 추천한다. 자녀가 어릴 적부터 봉사 활동을 시작하면 인권 감수성이 높아지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꿀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선한 일을 하는 부모님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될 것이다.

김중한 시민장애인주간보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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