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지난주 크로아티아에서 제5회 세계 합창학회가 열렸다. 26개국 48명의 강사들이 각자 연구한 것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매 2년마다 열리는 이 학회는 벌써 5회째로 1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적 합창 강국으로 자리매김한지 꽤 오래 됐다. 세계의 유명한 지휘자들이 초청되어 우리나라 합창단을 지휘했고, 또 다른 많은 지휘자들이 우리 합창단 지휘자로 초청되기를 희망하는 합창대국이 대한민국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합창학회가 크로아티아에서 열린다하여 학회에 가보니 정말 생소한 강사들이 나와서 강의하고 있었다.

합창학(Chorusology)은 아직 영어사전에도 등재되지 않은 단어임에도 이 세미나에서 발표된 내용은 매우 체계적이었다. 영국에서 온 한 강사는 “젊은 사람이 소리 낼 때의 성대 울림상태와 나이든 사람의 성대울림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세계적 추세인 실버합창단이 잘 되려면 신체와 성대구조를 나이 상태별로 구분해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합창계가 부딪히고 있는 현실을 이미 다른 나라에서 연구하고 있음에 적잖이 놀랐다. 또 독일에서 온 강사는 배음(Overtone)에서 낮은 소리와 높은 소리를 동시에 내는 방법을 직접 시범 보이기도 했다. 우리가 상상만 하던 부분들을 오랫동안 연구하여 시범까지 보여주며 놀라게 했다. 그 외에도 이스라엘 출신의 건축공학교수가 세계 여러 나라 유명 공연장의 잔향(울림상태)을 조사해 잔향의 길이와 연주와의 상관관계를 증명하는 등 아직 우리가 정리하지 못한 부분들을 조사 연구해 발표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인접국가인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체코, 터키 등은 물론 멀리 호주나 미국에서 온 강사도 있었고, 스리랑카와 인도, 이란,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참석, 선진 합창학회를 통해 교류하며 앞서 나가고 있었다. 처음으로 참석한 필자는 한국의 기본 리듬에 대하여 설명하고 이 기본 리듬에 의해 한국음악이 작곡되고 연주된다는 내용을 강의했다. 합창학을 우리 지휘자와 합창단들에게도 소개해서 합창강국 대한민국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 세미나였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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