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다 무조건 앞서 가기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교통문화
질서를 지키는 풍토 조성해야

▲ 조정권 한국교통안전공단 울산본부 처장 공학박사

자동차로 인한 교통사고, 환경오염, 주차난 등이 사회문제로 등장한 지 오래됐다. 올림픽이 개최됐던 1988년은 자동차 대수 220만대에 처음으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1만명을 돌파, 교통사고 다발국이란 불명예를 안겨주기도 했다. 그러나 30년이 흘러 자동차대수가 1988년보다 10배이상 증가한 2017년의 경우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오히려 1만명에서 500명 이내로 줄어 우리나라도 교통안전 선진국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이런 결과를 가지고 만족하여 교통문화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여건이다. 보험회사에 접수되는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여전히 증가추세고 보험금 지급액도 매년 늘고 있음이 이를 말해준다. 또 아직도 우리나라의 교통문화는 후진적 요소가 많음을 발견할 수 있다. 자주 목격되는 나쁜 운전행태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안전띠를 매지 않은 채 어린이를 앞좌석에 앉히거나 앞차와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바짝 따라붙다가 연쇄추돌 사고를 일으킨다. 앞차가 조금이라도 천천히 가면 경적을 울려대고, 한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담배를 피우다 창문 밖으로 피운 담배를 휙 던지는가 하면 예고 신호없이 끼어들고도 미안하다는 표시없이 그냥 달리기 일쑤다. 도로 한가운데 차를 세워놓고 삿대질하며 싸우거나 음주·난폭운전과 과속·신호위반을 밥먹듯 하거나 불필요하게 급제동해 뒤따르는 차에게 위험을 초래하는 등 교통문화와 관련해 반성할 점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나쁜 운전행태로 교통사고를 발생시키는 운전자의 특성을 보면 다음과 같이 공통적인 사항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교통사고를 일으킨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환경과 타인의 잘못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태도이다. 둘째, 교통사고 발생은 과학적 법칙으로 구성된 교통안전 수칙을 무시해 필연적으로 발생시킨 것으로 인식하지 않고 운이나 팔자타령을 하는 소극적 태도이다. 셋째, 법을 지키면 손해고 법을 위반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죄의식을 갖지 않는 도덕불감증적 태도이다.

사회병리학적으로 접근해보면 1960년대 이후 성장제일주의, 속도제일주의, 황금만능주의 등으로 인해 정신적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를 중시한 사회풍토가 교통문화를 저하시키는데 기초문화로 큰 영향을 주었다. 상대방의 처지도 생각할 줄 아는 따뜻한 인간성보다는 오직 승리만이 최고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극단적 이기주의적 의식을 강화시켰다. 절차를 준수하기보다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만 달성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결국 법과 질서를 경시하는 문화를 형성시킨 근본적인 원인인 것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월드컵과 동계올림픽도 성공적으로 개최, 세계만방에 우리의 엄청난 저력을 보여주었다. 우리도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교통질서와 교통안전도 마음만 먹으면 선진화할 수 있다. 속도제일주의, 성장제일주의보다 양보제일주의, 안전제일주의 사고로 바꾸어야겠다. 즉, 남보다 무조건 앞서가기보다는 욕심을 줄이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마음을 비우는 노자사상을 교통문화에 도입해야겠다.

오래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도미노게임이란 것이 있다. 최초의 말을 쓰러뜨리면 잇달아 다른 말들이 차례로 쓰러지는 게임이다. 운전하는 사람들이 이런 도미노 게임적 사고를 가지면 아주 위험하다. 앞차가 과속하니까 나도 과속하면서 교통질서를 어긴다면 그 파급효과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수천개 혹은 수만개의 도미노 블록을 쌓는데 신경을 집중하는 것은 쌓는 과정에서 작은 실수로 블록 하나를 쓰러뜨릴 경우에 모든 작업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런 도미노 게임적 사고로 도로교통에서 운전한다면 무질서의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남도 신호를 무시하니까 나도 신호를 무시해도 된다는 도미노 사고방식이 만연하면 교통질서는 파괴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교통질서의 중요성을 자각한 나부터 남이 어떻게 행동하든 신경쓰지 않고 질서를 지킨다는 선각자적 생각으로 운전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통문화가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운전중 양보하고 질서를 지키는 사람을 존중하고 높이 평가하는 사회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절실하다.

조정권 한국교통안전공단 울산본부 처장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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