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섞인 분뇨 토양환경 오염
식수까지 오염, 결국 인간이 피해

▲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설, 추석 명절 때나 고깃국 먹고, 사위나 와야 닭고기 맛 봤다’고 60~7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요즘은 ‘1인 1닭’ 시대다. ‘끼니마다 돼지·소고기’라 할 정도로 육식이 흔해졌다. 기업형 축사 덕분이다. 닭, 돼지, 소 등이 싼 고기와 함께 환경적 고통을 남기고 떠나면 그 빈자리를 다른 녀석들이 채우기에 가능한 일이다.

더 많이 빨리 키워기 위한 기업형 축사가 생산자와 지역주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양산하고 있다. 최근 울주군이 상북면 소호리와 두서면 내와리에 축사 건립을 허가하는 과정에서 주민들 간의 갈등이 발생했다. 행정기관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허가를 내줬다고 한다. 주민들은 악취와 파리, 수질 오염으로 인해 생활이 어렵다고 고통을 호소하면서 허가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대형축사가 들어서면 가장 큰 문제는 ‘분뇨’다. 가축의 분뇨는 질소와 인이 많아 퇴비로 활용될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넣으면 농사가 잘 안 된다. 우리 논·밭에는 이미 질소 비료를 많이 넣었기 때문에 많은 양의 분뇨가 필요 없다. 분뇨를 모아서 퇴비로 활용하는 것도 한계에 왔다. 바다에 투기하기도 했으나 이 또한 금지되었다. 분뇨를 받아 줄 땅이 없는 셈이다.

옛날 일본에서는 사람이 소변 한번 누면 무 하나를 줬다고 한다. 그런데 부자 소변은 비싸게 돈을 쳐주고, 감옥에서 나온 사람의 오줌은 가격을 낮게 줬다고 한다. 대형축사에서 나온 분뇨는 가격이 낮을 수밖에 없다. 수입된 사료와 곡물을 먹고 빠른 성장을 위해 성장촉진제와 사육공간이 좁아서 생기는 병을 막기 위한 항생제가 섞여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분뇨들이 빗물에 섞여 하천이나 토양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로 가게 되고 이를 인근 주민들이 마신다. 상수원으로 흘러들면 그 물을 식수로 하는 시민들 모두가 먹을 수밖에 없다. 싼 고기를 얻기 위해 감당해야 고통이 너무 크고 오래간다. 방법은 지역 토양이 감당할 만큼 퇴비가 나오도록 가축 숫자를 제한하는 일이다. 지역가축총량제다.

다음으로 분뇨처리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나 실행 방법을 제시할 때 축사건립을 허가하는 허가의무조항이 필요하다. 다음은 ‘동물권’ 확보다. 닭들은 날개 한번 펴지 못하고 알만 낳다가 혹은 삼계탕을 위해 한 달 안에 생을 마감한다. 돼지는 돌아눕지도 못할 공간에서 살다 간다. 소도 생육 공간 자체가 너무 비좁고 열악하다. 가축들도 인간과 같은 포유류다. 그들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지 않을까. 동물복지 기준을 빨리 마련하고 그 기준에 적합한 축사만 허가를 내줘야 할 것이다. 동물복지가 보장된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분뇨는 값비싼 부자의 소변과 같은 비싼 퇴비가 될 수 있다.

‘식량자립이 되지 않으면 독립된 국가가 아니다’라는 말처럼 그 지역에서 사육되고 있는 가축들의 먹이도 수입하지 말고 자체적으로 생산한 것을 먹도록 해야 한다. 예전에는 소나 닭들을 방목하거나 풀이나 농작물 부산물로 키웠다. 대형축사들도 휴경 농지나 임야 등에서 먹이를 재배해서 먹일 수 있는 정도의 규모로만 숫자를 제한해야 한다. 그래야 수입된 질소성분이 다시 땅이나 하천으로 가서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 산성화한 땅이 사료작물을 재배함으로써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토양환경으로 개선될 수도 있다.

싼 고기를 얻기 위해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고통을 주는 제도와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소비패턴도 바뀌어야 한다. 다소 비싸더라도 동물 복지가 보장된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축시스템도 공장식이 아니라 소규모 도축장을 늘려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접 거래하도록 해야 한다. 동물권 보장이 곧 미래 후손들의 쾌적한 삶과 건강권을 확보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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