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명림원지의 날씨 예측은 귀신처럼 맞았다. 오후부터 갠 날씨가 자정부터 비가 내리더니 하루를 더 폭우가 내리고 다음날 진시부터 하늘은 거짓말처럼 말끔하게 개었다.

하지왕이 명림원지에게 말했다.

“와륵선생은 귀신의 조화를 부리는 것 같소. 선생의 말대로 비가 오고 그치고 하니 말입니다.”

“저는 제갈공명처럼 동남풍을 일으키진 못해도 일기의 변화는 예측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명림원지가 검은 대나무 지팡이를 보이며 말했다.

“이것이 저의 오죽장입니다. 여기 마디사이에 낸 칼자국이 지난 수감 오 년의 기록입니다. 달력의 기록과 공기와 벽의 눅눅함, 온도의 변화, 채광의 명암, 벌레들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관찰하여 저만의 기호로 칼자국을 내었지요. 이제 밖으로 나가 하늘과 별, 자연을 보면 더욱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과연 빈틈이 없으시군요.”

“오늘 세 분은 마음을 다잡으셔야 합니다. 조금 있으면 망나니와 옥졸이 올 것입니다. 이들을 따라 절두터로 가면 사람들이 구경하려 몰려 있고 소아주가 나와 세 분의 목을 베려고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염불을 듣고 싶다고 하십시오. 왜냐하면 검바람재 녹림들이 비 때문에 오는 걸음이 늦어져 지체 될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석공스님이 나서 염불이 끝나는 것을 신호로 군중 속에 있던 검바람재의 녹림부대가 사물병사의 벽을 뚫고 소아주를 잡으면 소아주의 장조카인 소아성이 거느리는 사병집단이 호응해 사물병사들을 장악해 새로운 한기로 옹립될 것입니다.”

하지왕과 우사, 모추는 명림원지의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하였다.

“이게 가능한 일입니까?”

“비가 닷새가 와야 이 일이 완벽하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틀이 모자라 중간에 변수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변수는 녹림부대의 당도 시간과 미인계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큰 걸림돌의 사물군대의 영장 무가입니다. 무가는 소아주의 심복으로 한기부인의 친오빠인데 무력이 출중하고 강직해 매수나 뇌물로는 불가능하고 오로지 하나 호걸의 약점인 미인계로만 제거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어제 좌평 수수보리가 여자를 무가에게 보냈는데 그 결과가 어찌 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망나니와 옥졸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군요. 마음의 준비를 하십시오. 제가 마마께 ‘저승길은 굽이굽이 멀고 황천은 큰 강이라는데 쉽게 건너겠습니까. 어느 모롱이에서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씀드린 기억이 납니다. 정변이 성공하고 난 뒤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명림원지의 말이 끝나자 저벅저벽 발소리가 들리고 옥문이 덜컹 열리더니 망나니를 대동한 형리들이 들어왔다.

“그동안 소아주 한기님의 자비로 사형집행이 연기되었다. 오늘 사물국 한기님의 명에 의해 대역죄인 하지, 우사, 모추는 수급이 베어져 고향 대가야로 돌아갈 것이다. 머리로나마 고향으로 돌려보내는지는 것은 한기님의 은전이다. 대역죄인들은 나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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